모순 속에서

by 구기리

출발을 알리던 총성이 내 등을 향해 날아왔다. 아, 그렇구나. 나를 격려하려던 박수소리가 아니었구나. 이것이 진짜 현실이었구나.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을 품고 산다. 당신이 어떤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왔는지 나는 모른다. 어쩌면 부모님의 이혼을 겪었을 수도, 첫사랑에게 배신당했을 수도,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을 수도 있다. 그런 상처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당신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처가 세상을 원망하며 좀도둑이 되는 삶을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


타고난 재능과 좋은 환경의 힘은 부정할 수 없다. 사교육을 받으며 자란 아이와 학원 한 번 다녀본 적 없는 아이가 같은 출발선에 설 수는 없다. 하지만 결국 간절함과 절박함을 가진 자들이 끝까지 살아남는다. 마라톤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끝까지 뛰려는 의지다.


그런데 말이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한다. 돈과 권력 앞에서, 자신의 이익 앞에서 언제든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인간이다. 어제까지 친구였던 사람이 오늘은 등을 돌리고, 평생 믿었던 사람이 순식간에 배신한다. 욕망 앞에서 변해버리는 것, 그것이 우리의 본성이다. 그러니 더이상 "사람은 변하지 않아", "진정한 우정은 영원해"라는 위선적인 말은 하지 말자. 자신만은 다를 거라는 오만한 착각도 버리자.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인정하는 게 진짜 현실을 아는 것이다.


이 세상은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부자는 부자의 논리로,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의 논리로 세상을 본다. 그런 세상에서 절대적인 진실이란 존재할까.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옳고 그름이 있을까. 옳고 그름은 누가 판가름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 이상을 꿈꾸면서도 현실에 타협하고, 선함을 추구한다면서도 이기적인 선택을 하며. 모순된 위선을 버리지 못한 채로. 그렇게 세상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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