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5년이 한 시간 전에 끝이 났다. 한 해가 넘어가는 이 시간은 여전히 다양한 감정들이 공존하는데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를 쓰고 난 후 앞 페이지를 다시 들춰보는 느낌이었다면, 오늘은 새 노트를 받아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낯설기도 하고, 설렘과 기대감이 부풀어 올라서 더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내가 가진 것보다 더 앞서나가 있어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새해라는 것은 어떤 아픔, 슬픔, 무기력함 같은 힘듦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희망이 내포되어 있기에 불안과 부정의 연속성이 끊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늘 그렇듯 올해는 브런치에 글을 더 쓰고 싶다. 매년 조금은 더 어른이 되었을까 싶어 지난 글들을 읽어보는 수고스러움이 좋은데 지난해엔 글이 없어 행복한 수고스러움을 덜어냈다.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내면의 내가 보이는데 그땐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회피했다. 온전히 내가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될, 회피하고 방치하기엔 더 단단해질까 두려운 에고를 마주할 용기 또한 만들어보려 한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겠지만, 나와 좀 더 친해지기로 했다. 나는 여전히 내가 어렵고, 나이가 들수록 의도가 다분한 만남이 목에 걸린 잔가시를 빼내기 위해 꼴깍 침을 삼킬 때 느껴지는 통증 같아서 힘이 들기 시작했다. 다분한 의도가 없는 만남, 운이 좋으면 올해 그런 인연이 닿지 않을까? 내 운이 부디 가닿길 바란다.
내가 나를 인정하는 한 해가 되고 싶다. 나의 인정 문턱은 유독 나에게만 높은데 그게 좋다가도 싫다. 원래 인간은 줬다 뺐었다, 짜장면 짬뽕, 좋다가도 싫고, 싫다가도 좋고, 긴가 민가, 갈팡질팡이지만 인정 문턱이 높은 건 성장에 도움을 주긴 했다. 이건 인정! 어쨌든 뭐든 내가 품을 수 있는 것들 안에서 잘 해내고 싶다.
노트북 아래에 표시된 2026년 1월 1일, 새하얀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린다. 서두르지 않고, 완벽할 순 없지만 어떤 그림이 완성될지 예상이 되는 멋진 밑그림을 그려 한 해를 채워보려 한다. 수고했어 2025, 잘 부탁해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