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의 오류
대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은 좋은 사람이라고 변호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평판도 좋고, 실제로 유쾌한 사람이었는데 아쉬운 점은 모든 대화 속에 미묘하게 자신이 좋은 사람임을 강조하고, 내 입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원하는 답이 명확한 사람이었기에 내 입에서도 여러 번 같은 문장이 반복되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네요.' 하지만 만날 때마다 확인하는 모습에 나의 인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단어에 매몰되어 강박이 생긴 건 아닐까 생각하던 찰나, 그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나는 메타인지가 굉장히 잘 된 사람이거든. 넌 어때?
사실 살짝 당황했다. 저렇게 말한다고?
전 늘 노력은 하고 있어요. 쉽지 않네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었다. 그때부터 메타인지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결국 엔딩은 자신처럼 메타인지가 잘되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 이렇게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있는 내가 복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내 눈앞에서 일어난 메타인지의 오류, 그리고 유언의 가스라이팅은 잊고 있던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고, 그가 집착하던 '좋은 사람'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랑 덜 받고, 미움 조금 받는 것이 두려워 나부끼던 내가 단단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때가 있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듯이 모든 이들이 나를 미워할 수도 없다는 문장을 진정으로 깨닫게 되기까지의 시간은 걸렸지만 그만큼 내 안에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불특정 다수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애씀이 나를 갉아먹는 짓이라면 진짜 나를 잃기 전에 사랑 덜 받고, 미움받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을 추천한다. 그것에 익숙해지면 상대방이 나를 미워하거나 그 미움에 동조해 나를 떠나는 이가 많다고 해도 견딜만하다. 애초부터 떠나지 않았을 이는 지금도 그저 묵묵하게 내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줄테니. 그리고 그것이 충분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나쁜 사람도 아닙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모호하고, 편파적이고, 입체감이 없는데 내가 그 모든 것을 아우르고 싶지는 않다. 좋은 사람보다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변호하지 않아도, 증거를 들이밀지 않아도, 그 자체로도 누군가에게 (그것이 단 한 사람일지라도) 사랑을 받고 있다면 삶을 살아가는데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