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ma Jan 16. 2021

Q. 친구가 꼭 필요한가요?

우리의 관계에도 주기는 존재한다.

얼마 전 스물한 살의 나이만으로도 예쁜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나이 차이는 제법 나지만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에너지를 받았고, 그녀는 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 한참을 이야기하던 중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장 친했던 친구와 얼마 전 크게 싸워 다신 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인간관계가 너무 힘들고 감정 소모가 하고 싶지 않다며 나에게 물었다. "언니 친구가 꼭 필요할까요? 없어도 잘 살 수 있죠?"


그녀가 원했던 답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면 나의 10대 시절은 온통 친구였다.


나의 모든 감각은 친구의 행동 하나에 그리고 말 한마디에 집중되어 있었다. 친구 사이의 '의리'는 그 시절의 나에게는 성적보다 중요했고, 친구 사이의 '비밀'은 가족에게도 절대 털어놓을 수 없는 우리들만의 것이었다. 가족보다 친구와 있는 시간이 좋았던 그때의 나에겐 '친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였다. 10대의 나에게는 평생 함께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친구들이 손가락 수보다 많았다. 적어도 그때는 그랬다.


손가락으로도 모자라던 내 친구들은 어느샌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가 되었고, 나중에는 이렇게 세고 있다는 것도 무의미해졌다.


매일 만나고, 헤어져서도 전화기를 붙잡고 있던 친구와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했고, 의리를 외치며 우린 변치 말자고 맹세하던 친구와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다. 미드 '섹스 앤 더 시티'를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했던 그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고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었음에도 서로가 바빠 소홀해지는 관계가 나에게는 참 낯선 경험이었다.


사실 친구들도 나도 무슨 큰 일을 겪거나 크게 감정의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저 환경이 변했고, 우리는 더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더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아졌던 것뿐이었다. 그 사이에 서로가 맞지 않는 사람과는 이별을 하고, 거리를 두기도 했지만 오히려 시간에 비례하듯 더 견고 해지는 관계도 있었다.


내가 낯설었던 이유는 그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리웠기 때문이고, 세기의 우정 같았던 몇몇 사람과의 관계가 와장창 깨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을 인정한 후의 나는 누군가와의 관계를 특정한 틀 안에 가두지 않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나의 감정은 안정을 찾았으며 나의 관계도 더 단단해졌다.


가장 소중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소중하고,  삶에 휴식처 같은 존재들. 그것만으로도 나는 넘치게 감사하다. 나처럼 내 친구들도 더 소중한 존재들이 있지만 나는 여전히 그들에게 소중한 사람일 것이다.


그녀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몇 사람으로 인해 당신에게 다가올 더 소중한 인연들을 밀어내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도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 때문에 말이다. 굳이 내가 그 상처의 부산물까지 안고 갈 이유는 없다.


그저 우리는 모두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각자의 길을 걷다 보면 언젠가 다시 만날 기회도, 새로운 인연을 만들 기회도 생긴다. 같은 자리에서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한다면 기회조차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용기 내어 한 발짝만 떼어도 많은 일들이 생기고 많은 인연이 우리에게 선물처럼 다가온다.


인생에도 주기라는 것이 있듯이 우리의 관계에도 주기는 존재한다. 관계가 소원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전보다 더 가까워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은  당신의 곁에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어서 와 202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