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새해 다짐
가장 멀고도 가장 가까운 날인 12월 31일과 1월 1일
31일 늦은 밤
집 앞 편의점에 들러 소주를 한 병 사 오는데 나이가 지긋한 두 분이 길거리에서 "내년에 보자"라는 인사를 건네는 것을 들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밤이지만 31일이기에 특별한 밤의 특별한 인사였던 것 같다.
1년이 끝난다는 것이 섭섭하다가도 막상 1월 1일이 되면 설레기도 한다.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고 올해 안에 내가 해낼 수 있는 것들을 적어 내다 보면 뭐든 가능할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러나 나의 믿음과 설렘은 나태함과 게으름, 그리고 변명으로 인해 1년을 묻혀있다 다시 1월 1일에 나오고는 했다.
수많은 새해와 수많은 다짐들을 펼쳐보면 다 같은 맥락이었고, 나는 내가 매년 새해마다 똑같은 다짐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말 같지만 결국 큰 맥은 같은 말들, 예로 건강한 다이어트하기, 바디 프로필 찍기, 10kg 감량하기 같은 목표들. 만약 내가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했다면 10kg 정도까지 감량하지 않았어도 될 것이고 바디 프로필 찍는 날짜를 상세하게 적었겠지만 결국 그 과정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결과만 뜬 구름 잡듯 적어놓았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나에게는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는다. 달콤한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고 싶어도 돈이 있어야 하고, 이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 그 결과로 돈이 주어졌을 때 나는 아이스크림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선택하고 돈을 지불해야 비로소 나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여태껏 나의 새해 목표들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데.. 아몰랑'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문제를 알고 있었음에도 과정을 해낼 자신이 없어 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아이스크림을 먹는 상상만 하다가 1년이 끝난 것이다. 나는 정말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다시 새해가 찾아오고 나의 믿음과 설렘을 다시 접했을 때 이번에는 이 감정들과 1년 내내 함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올해 첫 다짐이었다. 그리고 하고 싶었던 것들,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내용들을 적고 과정이 있는 결과들만 골라 목표를 세웠다. 그것도 월별로, 주별로, 일별로.
365일 계획을 세운다는 것을 누가 보면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미 이틀 치를 잘 해내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올 한 해 내가 세운 다짐들을 잘 해낸다면 나는 많이 성장해있지 않을까 싶다. 성장은 끝나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계속 성장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찾은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