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봄기운에 놀란다는 그날,
오늘은 경칩이다.
일 년을 하루로 친다면
아침 햇살에 눈부셔 잠이 깨버린 7시 정도 되려나.
힘들고 복잡하기만 했던 어제 일들도
꿀잠 한번 푹 자고 나면
몸도 머리도 개운해지는 것처럼,
한 해 동안 쓸 에너지가 재충전되는 기분이다.
경칩인데 뭐 하지, AI에게 물어보니까
1. 제철 음식으로 기운 보충하기
2. 봄맞이 대청소
3. 가벼운 야외 산책
지극히 상식적인, 하지만 그럴듯한 안들을 제시했다.
집에서 3개 전철역 떨어진 교보문고까지
아내와 산책 겸 걸어가기로 했다.
각자 책 한 권씩 골라 계산대에서 만났는데
이심전심 찌찌뽕인가,
둘 다 '괴테'다.
나는 소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아내의 픽은 <초역, 괴테의 문장들>이었다.
아들 녀석도 요즘 한창 여친과 독일어 공부 중인데...
가족은 역시 통하나, 웃었다.
아내가 고른 책 표지엔 이런 독일어가 쓰여 있었다.
Ohne Hast, aber ohne Rast
서두름 없이, 그러나 쉼 없이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83년(1749~1832) 생애 동안
대문호이자 행정가, 과학자, 화가였으며
로맨티시스트이자 모험가이기도 했다는데
그 비결을 말해주는 한 문장 같았다.
잠자는 개구리를 깨운 봄기운처럼
잠자는 나를 깨우는 200년 전 위대한 작가의 글이
너무 궁금해져 집에 오자마자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한다.
내일은 대청소를 하고
봄나물이 가득한 비빔밥을 꼭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