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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Nov 04. 2021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My name is...

Bond,
James Bond


성은 본드고

이름은 제임스요.

영화 <007> 시리즈의 단골 멘트다.


처음 만나 인사할 때

서로 성과 이름을 알려주는 통성명(通姓名)을 통해

우리는 '아는 사이'가 된다.


공적인 관계일 경우

성씨를 붙여 함께 부르지만

'친한 사이'가 되면 대부분 이름만 부른다.


이때부터

나는 상대방에게

더 이상 대명사가 아닌 하나의 '고유명사'가 된다.




우리나라는 참 동명이인(同名異人)이 많다.


오랜 단일민족이다 보니

김, 이, 박 등 같은 성씨가 수두룩하고,

이름도 부르기 편하게 짓다 보니

또는 <82년생 김지영>처럼 유행을 타서 그런 것 같다.


내 휴대폰에 저장된 동명이인도 꽤 되는데

얼마 전에는 글쎄

'친한 사이'인 줄 알고 반말로 카톡 했다가

'아는 사이'에게 잘못 보낸 걸 알고 사과한 적도 있었다.




유명인과 이름이 같다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어릴 적 소심하고 숫기가 없던 나는

사람들 앞에서 이름 불리는 걸 몹시도 부끄러워했다.

국어시간에 책 읽기 순번이 다가올 때면

나도 모르게 손에 땀나고 가슴이 쿵쾅거렸으니까...


그러다 교과서에 실린 동명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씩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대학생이 되던 해,


같은 이름의 발라드 가수가 대박을 쳐서

수많은 여성 팬들에게 'ㅇㅇ오빠'로 불리다 보니

마침내 짜릿한 자부심까지 생기게 되었다.


물론 그 작가와 가수의 이름이

본명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요즘 내겐 또 하나의 이름이 생겼다.

'가명' 또는 '부캐'라고도 한다.


영화 속 캐릭터를 닮고 싶어 스스로 작명했으나

아직은 자신감도 자부심도 부족하다.


하지만

그 이름을 걸고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본명을 앞서는 '고유명사'가 되리라 믿는다.


그때 누군가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느끼하지 않은 저음으로 이렇게 멘트를 날려주련다.


난 본드형이라고 해
제임스오빠라 불러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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