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공원 중
가장 깨끗하고 바깥 풍경이 이쁜 화장실이 있는 곳.
다시 일산 호수공원을 찾았다.
화장실 옥상 전망대에 올라가니
노란색 자전거 2대가 놓인 포토존이 생겼다.
근처에 앉아 있던 맘씨 좋아 보이는 한 아저씨에게
아내와 짱이 셋이 함께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버튼만 길게 누르면 되는데...
스마트폰 기기에 익숙지 않은 듯 몇 번 실수를 한 끝에
겨우 A컷 몇 장을 건졌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니
쓸모를 확인한 중년의 뿌듯한 미소로 답한다.
호수를 반쯤 돌았을 때
붉은 산수유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눈에 띄어
사진에 담았다.
어릴 적 국어시간에 배운,
아픈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왔다는 그 열매.
검색해 보니 지금도 참 따뜻한 사랑이 느껴지는 시다.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 중 한 부분이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공원과 화장실의 공통점은...
비운다는 거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렇게 좋은 공원에 상대적으로 젊은이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들은 아직 채울 게 많은 시기다.
나이 들어 비울 게 많아지면 이 산책의 맛을 알게 되겠지...
사실은, 아침에 아들이 몇 년 전 그린 그림을 보며
같은 생각을 했었다.
처음 봤을 땐
벽에 기대어 쉬고 있는 죄수인 줄 알았는데
다시 꼼꼼히 보니
더 높이 날기 위해 날개를 잠시 접고 있는 나비였다.
아들아,
휴가 못 나와 답답하겠지만...
알지?
비워야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