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본드형 Dec 06. 2021

얼음이 녹으면?

마셔야 한다

나는 수학이 싫다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해 '수학의 정석'을 몇 번 떼고

나름 공대까지 나왔지만 숫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문과 체질이다.


수학이 싫은 이유는 규칙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하자'라고 정한 것들을 충실히 따라야

문제가 풀리고 해답이 나온다.


수의 정의부터가 그렇다.

1, 2, 3, 4... 어릴 적부터 손가락으로 세던 숫자면 충분하지

자연수, 유리수/무리수, 양수/음수, 실수/허수... 숨 막힌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 -, ×, ÷... 사칙 연산이면 충분하지

방정식, 함수, 미분/적분, 확률/통계... 머리가 아프다.


모든 게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이고

앞 단계를 놓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한번 방심하면 저만치 가버려 수포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개성이나 창의력, 인간미는 절대 용납치 않는 이 학문을

그래서 나는 싫어한다.




그런데 지금은 숫자의 세상이다.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이란 녀석이 나타나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이란 무기로 위협해

아날로그가 지배했던 세계를 하나씩 정복 중이다.


그리고 나는 하기 싫지만

대학을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수학 공부처럼

이 디지털 세상을 배우고 있다.


온라인 쇼핑, 인터넷 뱅킹, 소셜 네트워킹...

처음엔 낯설었지만 직접 해보며 조금씩 배우다 보니

수학과 다른 게 있었다.

 

심플한 규칙 몇 개만 따르면 의외로 쉽다는 거.


나아가, 소위 '개인별 맞춤 기능'을 통해

내가 원하는 규칙을 새로 만들 수도 있다는 거.


그리고, 도구로서 제대로 활용만 잘하면

창의적이고 인간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는 거다.

(브런치에 글 쓰는 게 대표적이다)


즉, 수학을 못하거나 싫어해도

살만한 세상이란 거다.




얼음이 녹으면?


문과와 이과 출신을 구분하는 질문이란다.


과학적 법칙에 따라

물이 된다고 답하면 이과고,


자연의 법칙에 따라

봄이 온다고 답하면 문과다.


솔직히 누가 내게 물었다면

도수가 약해진다고, 그래서 녹기 전에 마셔야 한다고

애주가의 답변이 나왔을 텐데...


살다 보면

세상이 딱 이거다 저거다

명확하지 않다는 걸 배우게 된다.


문과던 이과던

아날로그던 디지털이던

제 하기 나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법 같은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