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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Dec 09. 2021

중고와 앤틱의 차이

新명품 구매 후기

주문하신 상품이
배송 완료되었습니다


카톡이 왔다.

며칠 전 온라인으로 주문한 지갑이 도착했단다.

사실, 필요보다는 사치에 가까운 소비였다.


지인 회사가 사은품으로 제작한 카드지갑을 선물 받아

꽤 오래 잘 쓰고 있었는데...


신사업을 위한 시장조사 명분으로

요즘 MZ세대가 좋아한다는 A 브랜드 제품을

김혜수 배우가 광고 중인 B 온라인 명품몰에서 구매했다.


아무리 '新명품' 가격 비교 및 구매 테스트라지만

그냥 지르기엔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

가장 접근 가능한 아이템으로 고른 것이 카드지갑이었다.


퇴근하자마자 언박싱을 했다.


정품이 맞겠지... 한번 째려봐주고

이전 지갑 속 오래된 내용물들을 탁자 위에 다 꺼내 놓고

꼭 필요한 신용카드, 신분증, 현금만 챙겨 옮겼다.

나름 명품이고 새 거라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탁자 아래

얼마 전 산 반려견 백팩이 보였다.


기존에 쓰던 게 너무 작아

짱이가 오래 들어가 있으면 불편해하는 것 같아

중고품 거래몰인 '캐롯 시장'에서 골라 구매한 것인데


거의 새 것 같고 디자인과 사이즈가 딱 마음에 들어

두고두고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집주인인 짱이가 새 이동주택을 너무 좋아해

외출하는 눈치가 보이면 먼저 들어가 우릴 기다렸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금 전 도착한 작은 카드지갑이 커다란 백팩에 비해

가격이 3배 이상이라는 거다.

아무리 명품이라지만 말이다.




명품 브랜드는 중고라도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한정 생산된 제품은 오히려 더 가격이 오른다.

대를 이어 입는다는 Chanel은

소비보다 재테크로 구매한다는 '샤테크'란 말도 있단다.


한편, 오래될수록 가격이 오르는 소위 앤틱 제품도 많다.

상식적으론 낡으면 가격가 떨어져야 하지만

미술품처럼 소중히 다뤄져 비싼 값에 팔린다.


중고와 앤틱의 차이가 뭘까?


내 결론은

제품을 단순한 기능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내재된 가치로 볼 것인가의 차이 같다.


같은 오래된 의자라도

앉기 불편해져 조만간 폐기물 스티커가 붙을 우리 집 가구와

이백 년 전 나폴레옹이 앉던 박물관 골동품과는 다른 이치다.


중고인가, 앤틱인가?


갑자기 나의 가치가 궁금해졌다.


분명한 건 신체적으론 중고 맞다.

그렇다면 숨겨진 다른 뭔가를 찾아야 하나...


新명품이라고 우기려면

MZ세대인 아들에게 잘 보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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