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회사 근처로 이사를 왔다.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단 장점이 있는 반면,
집과 회사란 공간이 너무 가까울 경우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진다는 경험을
첫 직장생활 때부터 일찍 한 터라 은근 걱정도 됐는데...
기우였다
이유는 터널 때문이다.
집에서 회사까진 전철로 두 정거장,
버스로는 세 정거장인데
그 사이에 터널을 지나야 한다.
100미터가 조금 넘는 길이인데
집과 회사의 완벽한 경계를 만들어 준다.
마치 천국과 지옥처럼
출근 때 지나면 완벽한 전투 모드로 바뀌고
퇴근 때 지나면 어느새 지친 심신이 풀린다.
늦잠을 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건강을 위해 걸어서 출퇴근하기로 마음을 먹고
여러 둘레길을 시험 삼아 다녔지만
역시 그 터널 속 보행길이 가장 가깝고 평지라 편했다.
처음엔 컴컴한 터널 안을 걷는 게 꺼려졌다.
지나다니는 차들과 분리된 막이 있어
시끄럽거나 공기가 그리 탁하지는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막힌 공간의 답답함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 터널은 직선이라
입구부터 출구가 멀리 보였다.
끝이 보인다는 것은
잠시 동안 느껴야 할 답답함과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를 준다.
금방이야
얼마 안 남았어
저기 끝이 보이지?
그런 희망이 눈에 보이기에
터널을 지나 출퇴근하며 건강을 챙기고 시간을 아낀다.
거의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오미크론이란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 확산 중이다.
차주부터 방역조치가 강화되고
2주 후 예정인 아들의 첫 휴가도 연기됐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끝이 어디지?
코로나란 터널은
직선이 아닌 건 분명하다.
그랬다면 멀리 점으로라도 출구가 보였겠지...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다.
바로 돌기만 하면
환한 빛이 저 멀리, 아니 바로 앞에서 비추기 시작할 수 있다.
터널을 만드는 이유는
산이나 바다를 최단거리로 통과하기 위한 것이다.
코로나는 2년 동안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코로나가 없었다면 20년 걸릴
엄청난 변화를 이미 조용히 일으켜버렸다.
난 종교가 없지만
만약 신이 그랬다면 그것은 인간을 위한 것이리라 믿는다.
그리고 난 이것도 믿는다.
모든 터널은 끝이 있다.
그것도 생각보다 아주 가까울 수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계속 나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