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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Dec 02. 2021

그릇 이야기

내가 임원이 못된 이유

나이 먹어 좋은 점 하나를 꼽으라면

나를 알아 간다는 거다.


공자님이 쉰 살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하셨다는데

하늘의 뜻을 이제야 나도 좀 알 것 같다.


네 그릇으로 살아라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릴 적 읽었던 이솝우화는

여우에겐 접시, 두루미에겐 호리병처럼

상대방의 입에 맞는 그릇을 내는 게 필요하단 교훈이었다.


그런데 나이 오십에 다시 생각해보니

문득 내 그릇이 궁금하다.


세상은 물처럼 늘 한결같은데

사람의 그릇에 따라 그 크기와 모양이 달라진다고

부처님이 그러셨다는데...


내 그릇은 아마도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샐러드 보울이나 찌게 뚝배기라기보다는,

혼자 취향껏 마시는

와인 잔이나 막걸리 사발 정도가 아닐까 한다.


회사 생활치자면


아래 팀원들을 어르고 달래

한정된 자원 내에서 목표를 달성해내는 관리자보다는,  

하고 싶고 잘하는 일을 맡아

스스로 최대한 역량을 발휘해내는 전문가 부류에 가깝다.


관리자는

깊지 않아도 많은 걸 담아야 하는 접시고,

전문가는 

반대의 경우에 적합한 호리병이다.




대기업은 일반적으로

전문가보다 관리자가 임원 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큰 조직을 운영해야 하고

필요한 전문성은 그때그때 외부에서 돈 주고 사면되니까...


내가 임원이 못된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삼성이 인사제도를 크게 바꾼다 하고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릇은


CEO대통령처럼

크진 않지만,

나만이 담을 수 있는 모양으로

유니크했으좋겠다는 바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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