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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Dec 30. 2021

토정비결과 타로의 공통점

뻔히 아는 얘기

다사다난(多事多難)


한 해가 간다.

작년에 이어 금년도 역시 코로나로

힘든 일이 '많았다'기보다는 '컸던'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새해에는 좀 좋아지려나... 하는 기대로

신년 운세가 궁금해지는 시기다.


이맘때면 어머니는 토정비결을 보신다.


당신의 딸과 아들,

사위와 며느리,

그리고 두 손자들

각자의 새해 길흉화복이 담긴 페이지를 찾아 두셨다

설이 되어 온 가족이 모이면 자랑스럽게 오픈하신다.

 

여름되면 물가를 조심해라

나무(木) 성씨를 멀리해라


어찌 보면 뻔히 다 아는

누구나 해당될 수 있는 얘기인데도


오랜 필독서를 근거로

해마다 반복되는 어머니의 이 따뜻한 자식 걱정은

소고기 떡국처럼 늘 든든하고 좋은 보약이 된다.




어머니에게 토정비결이 있다면

아내에겐 타로가 있다.


호기심 많은 그녀답게

올해 점집에 갔다가 타로카드에 꽂혀 배우기 시작하더니

유튜브 동영상까지 열심히 탐독한 끝에

반 점쟁이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녀의 임상실험 대상이 되어

몇 번 재미 삼아 봤었는데

제법 그럴듯하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늘 고정된 토정비결 풀이 방식과 달리

타로점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흥미로왔다.


예를 들면

'바보(Fool)'카드가 나왔다면

경솔하다, 어리석다... 는 부정적 의미도

순수하다, 모험심 있다... 는 긍정적 의미도 동시에 있단다.


결국 나온 카드들을 조합해

어떤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칭찬에 약한 나를 너무 잘 아는 아내는

늘 긍정적 풀이로 고민을 해결해 준다.


그리고 꼭 한마디를 덧붙인다.


타로는 길어야 3개월까지 보여


하지만 뻔히 보인다.


긍정적 풀이만 믿고 혹시 방심할까 봐

풀이대로 안 갔을 때 의심받을까 봐

미리 깔아 두는 포석이란 걸.




어머니의 토정비결이

설날에 먹는 떡국이라면


아내의 타로점은

힘들 날 땡기는 단 초코파이나 매운 떡볶이와 같다.

처진 어깨를 두드려주고

정신이 번쩍 나게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


둘 다

그렇게 또 다사다난할 새해를

견뎌내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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