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
한 해가 간다.
작년에 이어 금년도 역시 코로나로
힘든 일이 '많았다'기보다는 '컸던'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새해에는 좀 좋아지려나... 하는 기대로
신년 운세가 궁금해지는 시기다.
이맘때면 어머니는 토정비결을 보신다.
당신의 딸과 아들,
사위와 며느리,
그리고 두 손자들
각자의 새해 길흉화복이 담긴 페이지를 찾아 두셨다
설이 되어 온 가족이 모이면 자랑스럽게 오픈하신다.
여름되면 물가를 조심해라
나무(木) 성씨를 멀리해라
어찌 보면 뻔히 다 아는
누구나 해당될 수 있는 얘기인데도
오랜 필독서를 근거로
해마다 반복되는 어머니의 이 따뜻한 자식 걱정은
소고기 떡국처럼 늘 든든하고 좋은 보약이 된다.
어머니에게 토정비결이 있다면
아내에겐 타로가 있다.
호기심 많은 그녀답게
올해 점집에 갔다가 타로카드에 꽂혀 배우기 시작하더니
유튜브 동영상까지 열심히 탐독한 끝에
반 점쟁이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녀의 임상실험 대상이 되어
몇 번 재미 삼아 봤었는데
제법 그럴듯하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늘 고정된 토정비결 풀이 방식과 달리
타로점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흥미로왔다.
예를 들면
'바보(Fool)'카드가 나왔다면
경솔하다, 어리석다... 는 부정적 의미도
순수하다, 모험심 있다... 는 긍정적 의미도 동시에 있단다.
결국 나온 카드들을 조합해
어떤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칭찬에 약한 나를 너무 잘 아는 아내는
늘 긍정적 풀이로 고민을 해결해 준다.
그리고 꼭 한마디를 덧붙인다.
타로는 길어야 3개월까지 보여
하지만 뻔히 보인다.
긍정적 풀이만 믿고 혹시 방심할까 봐
풀이대로 안 갔을 때 의심받을까 봐
미리 깔아 두는 포석이란 걸.
어머니의 토정비결이
설날에 먹는 떡국이라면
아내의 타로점은
힘들 날 땡기는 단 초코파이나 매운 떡볶이와 같다.
처진 어깨를 두드려주고
정신이 번쩍 나게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
둘 다
그렇게 또 다사다난할 새해를
견뎌내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