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이는 신호등에 뛰기 싫었다
전철역으로 가는 길
출근길이 달라졌다
집에서 나와
전철역까지 쭉 뻗은 공원길.
울긋불긋 물든
가을 나뭇잎들이 멋스럽게 늘어서 있고
새벽 운동 중인
동네 어르신들이 여유롭게 지나쳐 간다.
여기는 일산이다.
서울 한가운데 살다가
모든 것이 느릿한 이곳으로 이사 온 지 2주가 지났다.
걸어서 20분 걸리던 출근길이
전철만 50분 걸리게 늘어났다.
이사하면서 걸린
감기몸살을 호되게 앓고 나니
길어진 출근길이 영 자신이 없었는데
매일 아침 걸어가는 이 길이
세상이 주는 선물 같다.
뭐 그리 바쁘게 살았을까...
전철역이 다 왔을 때
파란색 신호등이 깜박거린다.
주변에 함께 걷던 사람들이 뛰기 시작한다.
나도 뛸까?
아니다. 싫다.
빨간색 불이 들어올 때까지
더 천천히 걸어 건널목 앞에 선다.
나는 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