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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Nov 08. 2022

깜박이는 신호등에 뛰기 싫었다

전철역으로 가는 길

출근길이 달라졌다


집에서 나와

전철역까지 쭉 뻗은 공원길.


울긋불긋 물든

가을 나뭇잎들이 멋스럽게 늘어서 있고

새벽 운동 중인

동네 어르신들이 여유롭게 지나쳐 간다.


여기는 일산이다.




서울 한가운데 살다가

모든 것이 느릿한 이곳으로 이사 온 지 2주가 지났다.


걸어서 20분 걸리던 출근길이

전철만 50분 걸리게 늘어났다.


이사하면서 걸린

감기몸살을 호되게 앓고 나니

길어진 출근길이 영 자신이 없었는데


매일 아침 걸어가는 이 길이

세상이 주는 선물 같다.


뭐 그리 바쁘게 살았을까...




전철역이 다 왔을 때

파란색 신호등이 깜박거린다.


주변에 함께 걷던 사람들이 뛰기 시작한다.


나도 뛸까?


아니다. 싫다.

빨간색 불이 들어올 때까지

더 천천히 걸어 건널목 앞에 선다.


나는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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