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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Nov 14. 2022

낙엽을 주우면서

아메리카노 향을 느꼈다

일요일 아침,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데

아파트 입구 커다란 나무 아래 세워둔 차 위에

누런 낙엽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간밤에 내린 비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나 보다.


지저분하기보단 제법 운치 있는 풍경이라

낙엽 하나를 주워 집으로 가져왔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낙엽을 태우면서>란 수필이 떠올랐다.


정말 갓 볶아낸 커피 향이 나는지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나는지

한번 태워볼까...


쓸데없는 호기심마저 생기는 여기 이 계절이 좋다.




일산의 가을은 여유롭다.


집 근처에 백마역이 있는데

기차가 건널목을 지날 때마다 들려오는 종소리가

이야기 속 어느 장면처럼 아득하다.

 

며칠 전엔

그 기찻길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검은 옷의 아내도

검은 털의 짱이도

카펫처럼 깔린 노란 은행잎들과 대비되어

너무나도 평화롭고 선명했다.




작가 이효석은

낙엽을 태우면서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꼈다지.


난로는 새빨갛게 타야 하고
화로의 숯불은 이글이글 피어야 하고
주전자의 물은 펄펄 끓어야 된다.


나는

낙엽을 주우면서

다시 월요일 직장인으로 돌아갈 생활감을 불태운다.


어느새

출근길 손에 든 따뜻한 아메리카노 냄새가

폴폴 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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