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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Nov 30. 2022

한파경보가 내린 출근길

발칙한 상상을 하다

기상


알람이 울리기 전

찬기운에 눈을 떠 온도계를 보니 영하 6도다.

한파경보라더니...

 

영상이었던 기온이

하룻만에 15도 이상 뚝 떨어졌다.


베란다에 불이 켜져 있길래 가 보니

새로 사 온 용나무(드라코)가 담요에 싸여 있다.

밤새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혹시라도 얼지 말라는

아내의 귀여운 배려다.


따뜻한 무차에 간단한 아침을 먹고

터틀넥 스웨터에 목도리까지 칭칭 두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아파트 현관 쪽으로 가는데


문 밖에서 웅~하는 바람 소리가

듣기만 해도 오싹하다.




회상


어릴 적엔 겨울 추위를 '동장군(冬將軍)'이라 했다.

그만큼 혹독하고 위력이 셌던 기억이 난다.


청주'시'라고 하지만

내가 살던 동네는 시골 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긴 고드름이 처마에 주렁주렁 달리고

밖에 걸어둔 빨래는 꽝꽝 얼었다.


연탄을 때는 웃풍 심한 방에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교 가기 싫다고 버텼다.

두툼한 내복을 입고

벙어리장갑에 털모자를 쓰고 집을 나서는데


추울수록 서늘하게 맑았던

등굣길 파란 하늘이 아직도 생생하다.




상상


코로나 덕분에

재택근무란 걸 경험해 보니

미래에는 출근이란 게 아예 없어질 수도 있겠다.


다양한 소통수단과 협업 기술이 발달했는데

굳이 그 많은 사람들이 추운데 나와서 일하는 건 

아무래도 비효율적이니 말이다.


그럼 '모인다'는 한자어로만 이루어진

회사(會社)라는 조직도 불필요한 건 아닐까.


그럼 도심의 큰 사무실 빌딩이 아닌

그냥 각자가 사는 집에서

온라인 공간에 모여 일하는 세상이 오겠군.


그게 메타버스라고 하는 건가...


MZ세대라도 된 듯

전철역 가는 길에 킥보드가 오늘따라 만만해 보인다.


한번 타고 출근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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