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알람이 울리기 전
찬기운에 눈을 떠 온도계를 보니 영하 6도다.
한파경보라더니...
영상이었던 기온이
하룻만에 15도 이상 뚝 떨어졌다.
베란다에 불이 켜져 있길래 가 보니
새로 사 온 용나무(드라코)가 담요에 싸여 있다.
밤새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혹시라도 얼지 말라는
아내의 귀여운 배려다.
따뜻한 무차에 간단한 아침을 먹고
터틀넥 스웨터에 목도리까지 칭칭 두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아파트 현관 쪽으로 가는데
문 밖에서 웅~하는 바람 소리가
듣기만 해도 오싹하다.
회상
어릴 적엔 겨울 추위를 '동장군(冬將軍)'이라 했다.
그만큼 혹독하고 위력이 셌던 기억이 난다.
청주'시'라고 하지만
내가 살던 동네는 시골 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긴 고드름이 처마에 주렁주렁 달리고
밖에 걸어둔 빨래는 꽝꽝 얼었다.
연탄을 때는 웃풍 심한 방에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학교 가기 싫다고 버텼다.
두툼한 내복을 입고
벙어리장갑에 털모자를 쓰고 집을 나서는데
추울수록 서늘하게 맑았던
등굣길 파란 하늘이 아직도 생생하다.
상상
코로나 덕분에
재택근무란 걸 경험해 보니
미래에는 출근이란 게 아예 없어질 수도 있겠다.
다양한 소통수단과 협업 기술이 발달했는데
굳이 그 많은 사람들이 추운데 나와서 일하는 건
아무래도 비효율적이니 말이다.
그럼 '모인다'는 한자어로만 이루어진
회사(會社)라는 조직도 불필요한 건 아닐까.
그럼 도심의 큰 사무실 빌딩이 아닌
그냥 각자가 사는 집에서
온라인 공간에 모여 일하는 세상이 오겠군.
그게 메타버스라고 하는 건가...
MZ세대라도 된 듯
전철역 가는 길에 킥보드가 오늘따라 만만해 보인다.
한번 타고 출근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