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선 출근길,
자리가 비어 앉았는데 옆자리 젊은 여자가
말을 걸어온다.
유튜브 듣던 이어폰을 빼고 돌아보니 외국인이었다.
어디가 아픈가 싶게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데
술 냄새가 팍 풍기며 눈은 반쯤 감겨 있는 것이 아마도
새벽까지 진탕 퍼마신 듯했다.
"노샤피엉?"
혀까지 꼬인 영어 질문에 순간 당황했지만
그녀가 '녹사평'역에 내리려 한다는 걸 곧 눈치챘다.
"노!"
아직 '삼각지'역이라서 한 정거장이 더 남아 있다는
말까지 친절하게 덧붙여 주고 싶었지만
머릿속으로만 맴돌 뿐 영어가 바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이렇게 한마디를 보탰다
"넥스트 스탑(next stop)."
그녀도 간신히 정신줄을 붙들어 대화를 끝냈다.
"땡큐"
그리고는 바로 고개를 푹 떨어뜨리더니
비틀거리는 몸을 내 쪽으로 기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지... 깨워야 하나... 뭐라고 하지...
마음을 졸이며 긴장이 고조될 무렵
열차는 녹사평역에 도착했고
그녀는 방송 소리에 일어나 무사히 내렸다.
천년 만의 네이티브 스피커와의 영어 대화는
이렇게 딱 두 마디로 끝났다.
다행이다
이유를 물으면
토하지 않고 무사히 내려서라고 하고 싶지만
불편한 진실은
어려운 영어로 길게 물어보지 않아서가 맞다.
영어는 평생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