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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Apr 10. 2023

슬기로운 직장생활

월요병

스르륵


며칠 전 톡으로 온 등록번호를 무인접수기에 입력하니

대기표가 나온다.


월요일 아침 8시.

평소 같으면 사무실로 출근하며 월요병에 시달리는 타임.

6개월 전 예약한 CT 검사를 하러 병원에 들렀다.


검사복으로 갈아입고

혈관주사를 따끔하게 맞는데

주사 놓는 간호사의 눈이 웃고는 있지만

마스크 뒤에 목소리는 아직 에너지가 없다.


그래, 그녀에겐 여기가

출근하기 싫은 직장이겠구나...




순서를 기다리는데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


사이좋아 보이는 한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들어와 옆자리에 앉는다.

할머니가 할아버지 눈치를 보며 통화하는 게 들린다.


"냉장고에 고기 재워놓은 거 있으니

꼭 아침 챙겨 먹고 가거라"


당신 몸 아파도 자식 걱정뿐인 부모 마음이란...


조금 있으니

좀 수다스러운 할머니와 딸인 듯 보이는 중년 여인이

시끄럽게 들어온다.


"아직 시간 안 됐다니까,

저쪽에 앉아서 제발 좀 진득하게 기다리세요"


애정인지 걱정인지 모를 짜증 내는 자식들이란...


잠시 후 내 이름이 불리고


커다란 원통 모양의 CT 검사기 속에 누우니

조영제가 피 속에 스며들면서 서서히 몸이 뜨거워진다.


죽어서 관 속에 들어간 기분이랄까?




몽롱한 기분으로 병원을 나와

늦은 출근을 하러 회사로 향한다.


가끔 해장하러 가던 콩나물 국밥집에 들러

맛나게 브런치 한 그룻을 뚝딱 해치운다.


어느새 월요병은 사라지고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만 떠오른다.


살아 있다

https://brunch.co.kr/@jsbondkim/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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