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캐주얼 데이

미움받을 용기

by 본드형
나 어때?


며칠 전부터 눈여겨봐 두었던

아들의 새 티셔츠를 몸에 걸치며 물었더니


아들 : 그건 아냐. (단호하게)
나 : 왜?
아내 : 난 이쁜데, 새 거라 안 빌려주고 싶나 봐 ㅎㅎ
아들 : 아니라구.
나 : 요즘 네 옷 입을 때마다 회사에서 젊어 보인다
소리 많이 듣는단 말이야. (애처롭게 쳐다보며)
아들 : 그건 젊어 보인다가 아니라
젊어 보이려 엄청 애쓴다 소리 들을걸?


아들의 뼈 때리는 일침에

아내와 난 묘하게 설득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캐주얼 데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 기업 문화를 가진 우리 회사는

몇 년 전부터 간신히 정장의 넥타이를 풀었고

최근에야 복장을 비즈니스 캐주얼로 자율화했는데

여전히 칼라가 있는 상의를 입어야 하고

청바지나 반바지는 허용하지 않는다.


그나마 한 달에 한두 번

라운드 티셔츠가 허용되는 그날이 바로

오늘 캐주얼 데이다.


비즈니스 슈트를 입는 직장을 꽤 오래 다닌 나로서는

중 2 때 교복 자율화가 되면서 겪은

해방감과 귀찮음을 다시 경험하는 셈인데


다행히 옷 좋아하는 아들이 군대에 있어

틈틈이 녀석의 옷을 입을 수 있었고

의외로 회사에서 반응도 좋아

자주 애용하던 터였다.


복장이란 게 참 무서운 것이

무엇을 입느냐에 따라 생각과 태도가 달라지는데

예를 들면

아무리 평소 깔끔하고 단정히 살다가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짝다리를 짚고 싶어지는 것과 같다.


회사에서도 그런 것을 고려해

더 자유로운 옷차림이 더 창의적으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믿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캐주얼의 기본인

흰 라운드 면티에 청바지를 입을 수 없는 가이드는

마치 예비군복처럼

군인도 일반인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을 강요할 뿐이다.




나의 첫 직장은

당시 보수적 문화로 소문난 공기업이었는데

일사불란 작업복 세대인 상사들의 눈치에도 아랑곳 않고


공채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막내(나)가

시스루 정장에

서스펜더(멜빵)와

커브스 버튼을 하기 시작하자

어느새 조금씩 복장이 바뀌고 멋을 부리기 시작했다.


지금 직장에서도

그런 미움받을 용기를 지닌

멋진 후배가 나와


스페셜한 캐주얼 데이가 아닌

캐주얼한 캐주얼 데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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