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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Apr 25. 2023

숨 쉬기와 힘 빼기

재도전

이거 이쁘지?


아침 먹는데 아내가 스마트폰을 들이댄다.


어젯밤 한창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새로 구매한 수영모자란다.


최근 다시 수영을 시작했는데

역시 장비가 좋아야 운동할 맛이 난다나 뭐라나...


"당신도 이 참에 다시 해봐

나이 든 사람한테 수영이 최고인 거 알지?"




사실,

코로나가 터지던 해

그녀를 따라 수영을 배우러 갔었다.


어릴 적부터 물을 무서워하긴 했으나

물장구치며 몇 미터는 가는 헤엄은 칠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숨 쉬기와 힘 빼기였다.


물 위로 고개를 돌려 숨을 들이켜고

물아래로 고개를 돌려 숨을 뱉는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내겐 어려웠다.


몇 번 하다가 리듬이 꼬여

코로 물이 들어가고

결국 물 위에서만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숨 쉬는 거로

결론을 내렸다.


힘 빼기는 더 어려웠다.

앞으로 나가려고 손과 발을 저어대면서

어떻게 힘을 뺄 수가 있단 말인가...


나를 믿고 힘을 빼란 아내 말만 믿었다가

몸이 점점 가라앉고

허우적 대다 또 코로 물이 들어가고

결국 힘 빼기도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게 두 번 정도 물 만 먹다

코로나로 수영장이 폐쇄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도전은 멈추게 되었다.




숨 쉬기와 힘 빼기


친구들과 연례행사로 치던

골프가 요즘 슬슬 재미있어진다.


연습할 땐 잘 맞던 공이

필드만 나가면 빗나가는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라운드마다 내 차례가 오면

숨이 가빠지고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는 을...


수영도 골프도

나이 들어도 하기 좋은 운동이라고 하는데


그건 아마도


남은 인생은

좀 느리게 숨 쉬고

좀 느슨히 힘 빼고 살자는 뜻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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