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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May 18. 2023

위선도 善일까?

양보와 후원

임산부를 위한 자리


전철을 탈 때마다 분홍색 글씨가 눈에 띄는

임산부용 자리가 있다.


사람이 꽉 찬 출퇴근길 열차 속에서

비어있는 것을  때마다


비워두느니 그냥 앉았다
임산부에게 양보해 주면 되는 거 아냐?

젊은 여자들은 좋겠다.
누가 알겠어?


자율적 시민의식에 따를 수밖에 없단 걸

이해하면서도


안 그래도 부실한 다리가

흔들리는 열차에 휘청거릴 때


임산부가 아닌 게 확실한 누군가가

그 자리에 선뜻 앉아 버릴 때


'뻔뻔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에게만

'강요된' 양보란 생각이 가끔 든다.




스티커 붙여 주실래요?



아내가 어제 길거리에서 

얼떨결에 유니세프 후원자가 되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좋은 일 한다는데
큰 금액도 아니고


허투루 돈 쓰는 걸 싫어하는 그녀지만

비슷한 또래의 아들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그런데 오늘,


그들이 자원봉사자가 아닌

따로 일당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이란 걸 알고는

속았다며 취소하겠다 한다.


어쨌든 누군가 그 후원을 받는다면

좋은 거 아닌가 하다가도


선한 의도로 한 선한 행동이 아니라는 게

억울하긴 했나 보다.




악법도 법인 것처럼

위선도 때론 선한 결과를 낳을  있다.


누군가의 위선으로

어떤 임산부는 편하게 앉아 갈 수도 있고

어떤 어린이는 배불리 먹고 살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우린 여전히 순진하게도


선한 의도로

선한 과정을 거쳐

선한 결과가 나오는 그런 세상을 꿈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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