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를 위한 자리
전철을 탈 때마다 분홍색 글씨가 눈에 띄는
임산부용 자리가 있다.
사람이 꽉 찬 출퇴근길 열차 속에서
비어있는 것을 볼 때마다
비워두느니 그냥 앉았다
임산부에게 양보해 주면 되는 거 아냐?
젊은 여자들은 좋겠다.
누가 알겠어?
자율적 시민의식에 따를 수밖에 없단 걸
이해하면서도
안 그래도 부실한 다리가
흔들리는 열차에 휘청거릴 때
임산부가 아닌 게 확실한 누군가가
그 자리에 선뜻 앉아 버릴 때
'뻔뻔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에게만
'강요된' 양보란 생각이 가끔 든다.
스티커 붙여 주실래요?
아내가 어제 길거리에서
얼떨결에 유니세프 후원자가 되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좋은 일 한다는데
큰 금액도 아니고
허투루 돈 쓰는 걸 싫어하는 그녀지만
비슷한 또래의 아들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그런데 오늘,
그들이 자원봉사자가 아닌
따로 일당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이란 걸 알고는
속았다며 취소하겠다 한다.
어쨌든 누군가 그 후원을 받는다면
좋은 거 아닌가 하다가도
선한 의도로 한 선한 행동이 아니라는 게
억울하긴 했나 보다.
악법도 법인 것처럼
위선도 때론 선한 결과를 낳을 순 있다.
누군가의 위선으로
어떤 임산부는 편하게 앉아 갈 수도 있고
어떤 어린이는 배불리 먹고 살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우린 여전히 순진하게도
선한 의도로
선한 과정을 거쳐
선한 결과가 나오는 그런 세상을 꿈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