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픽춰(salon picture)
100년 전, 예술사진을 찍었던
정해창 사진전을 보러 청운동 갤러리를 찾았다.
공모전이나 단체전 밖에 없던 그 시절에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전을 열었을 만큼 자부심이 컸던
작가의 흑백 풍경사진들 속에서
당시 암울했던 세상을 자유롭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한 '모던보이'의 시선이 오롯이 느껴졌다.
그냥 갈까 하는데 아내가
온 김에 인왕산 자락의 청운동 산책을 하잖다.
벽산빌리지에 차를 세우고
산책길을 따라 올라가니 운치 있는 한옥이 보였다.
청운문학도서관이었다.
<종로 모던, 그 맛과 글>이라는
독서모임 알림이 눈에 들어왔는데
'소설 속 음식 맛보기'란 프로그램이 재미있었다.
도서관을 둘러 난 길을 따라 계속 걸으니
호랑이 동상이 있는 인왕산 산책로가 드디어 나왔다.
(앉아있는 폼이 제법 신령스럽긴 하다)
그 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윤동주 문학관이었다.
입구에 조각된 <새로운 길>이란 시를 읽다 보니
아내의 말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오늘 또 하나의 새로운 산책길을 발견했다.
모든 것들이 빨리 변하는 요즘,
청운동(淸雲洞)은
그 이름답게
맑은 하늘 흰 구름 떠가듯
느리게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