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없는 런던은 쓸쓸했다
부자유친 유럽여행 6일 차
워털루
숙소가 있는 워털루역은
런던에서 가장 붐비는 기차역이다.
승승장구하던 나폴레옹이 패하고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라 불리는
유럽의 백년 평화가 시작된 마지막 전투가 있었던 곳.
그래서일까,
가끔 지나가는 기차소리가 전차처럼 크게 들린다.
탬즈강 다리만 건너면
소호 지역과 하이드 파크로 바로 연결되어서
첫날 오전에는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먹구름이 약간 보였지만
하루종일 걷기엔 딱 그만인 날씨다.
한국인들이 많이 온다는 스콘 빵집에서 아침을 먹고
차이나 타운이 보이는 피카딜리 거리를 따라
다음 목적지인 하이드 파크로 향했다.
앞서 가던 아들이 무언가 발견한 듯
한 매장 앞에서 갑자기 멈춘다.
Hatchards,
Booksellers since 1797
무려 200년이 넘는 '해처즈' 책방이다.
영국 왕실이 이용하는 가장 오래된 서점답게
고풍스러운 공간에 전 세계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작가별, 주제별로 깔끔하게 전시돼 있었다.
눈썰미 좋은 아들이
<82년생 김지영> 번역본을 발견하곤 윙크를 보낸다.
녀석이 영국 아트 책들에 심취해 있는 사이
지하 2층으로 내려가 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화 코너로 갔는데,
역시나... 커다란 본드 사진첩이 있다.
<007 노타임 투 다이> 끝으로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그를 그리워하는 영국인들과 묘한 친밀감이 생긴다.
현지인 추천 맛집인 소호의 인도카레 전문점
'Dishoom'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도
식사 중인 사람이 많아 테이블이 날 때까지
잠시 기다려야 했는데,
입구 데스크에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좋은 생각은 좋은 말을,
좋은 말은 좋은 행동을 낳는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주던 말인데
니체의 <짜라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에 영감을 준
'조로아스터교'의 교리라 했던가...
어제 공원에서 들었던
퀸의 <Love of my life>가 다시 들리는 듯하다.
트라팔가 광장 앞 내셔널 갤러리에 들렸다가
다우닝가 10번지를 지나 웨스터민스터궁과
빅벤을 보며 귀가를 하는데
이상했다.
저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런던 거리가
이상하게도 쓸쓸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70년간 영국의 군주이자 어머니였던
진짜 'Queen'의 부재가 큰 탓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