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의미 3

부자유친 유럽여행 5.5일 차

by 본드형
새벽 2시


유럽의 시차에 적응이 안 되는 건

런던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젯밤 아들이

우연히 같은 시기에 런던을 여행 중인

대학 동기를 만나러 나갔다 들어오면서 사 온


자기들에겐 나름 핫하다는

버번위스키를 불닭 볶음면과 두 잔 정도 마신 게

살짝 속이 쓰리다.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겠지...




X세대인 아빠가 Z세대인 아들과

여행을 같이 다니다 보니


일상에선 잘 몰랐던

서로의 생각과 취향의 차이를 많이 경험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런던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옆자리에 누가 큰 개를 데리고 탄 게 보였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상황이라

아들을 쳐다보며


내심, 공공의 장소에서

타인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는 그녀를

함께 비난의 눈길로 쳐다 봐 주길 기대했는데


"열차 소음에 개가 스트레스받겠다"

하는 게 아닌가.


아빠는 사회 공동체를

아들은 개인의 권리를 (심지어 개를 포함해)

먼저 생각한다는 현타가 왔었다.


하긴, 우리 세대는

나의 생각과 취향을 남보다 먼저 고려하면

'개인적'이 아닌 '이기적'이라는 가스라이팅에

오래 길들여져 왔으니...


이해는 되면서도 왠지 서글펐다.




이번 여행의 또 다른 의미는


나이가 들며 자꾸 꼰대스러워지려는 나를

Z세대의 관점으로 관찰해서


그들의 생각과 취향을 이해하고,

그래서 마음의 노화라도 조금은 늦추고 싶은

X세대의 간절함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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