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채워주는 사람

부자유친 유럽여행 7일 차

by 본드형
노팅힐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선

꼭 한 번은 와 보고 싶었던 동네다.


먼저 찾은 곳은 역시

특별한 여자 줄리아 로버츠와

평범한 남자 휴 그랜트가 사랑에 빠지는 그 서점이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아 아쉽긴 했지만

조용하고 깔끔한 동네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어제 그린 파크에 들르느라 못 간

하이드 파크로 걸어갔다.


길가에 핀 하얀 꽃나무에서 진한 향기가 풍기는데

이름이 궁금해졌다.


아내도 같이 왔었다면 바로 알았을 텐데...

부자간에 친함이 필요하다며

단둘만의 여행을 허락해 준 그녀가 고맙고 그립다.


하이드 파크 안으로 들어와

백조가 떠 있는 널따란 호수를 보자

마음이 탁 트인다.


커다란 개들과 함께 산책 나온 사람들이

너무나 평화롭게 보이다가도

저들이 싼 그 많은 똥은 언제 다 치우나... 걱정도 된다.


함께 걷던 아들이 묻는다.


"한국에도 비슷한 공원이 많은데

왜 여기가 더 편하게 느껴질까?"


함께 걷던 아빠가 답한다.


"어제 복잡하고 시끄러운 런던 거리를 너무 많이 봐서

오늘 상대적으로 더 한가하고 여유롭게 느껴지는

일종의 균형 같은 거 아닐까..."


녀석이 긍정도 부정도 않고 계속 걷는다.

바람이 분다.




숙소로 일찍 돌아와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8시쯤 일어나 인근 스테이크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콜키지 비용을 내야 했지만

반 이상이 남아 가져간 버번위스키랑

고기의 궁합이 잘 맞았다.


주거니 받거니 하다

서로 거나하게 취해

부자간 진솔한 토크를 나누며 런던의 밤을 즐겼다.


돌아오며

아빠로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을 꺼냈다.


너를 채워주는 사람을 만나
내가 엄마를 만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