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동반자가 중요한 이유

부자유친 유럽여행 8일 차

by 본드형

너무 잘 먹어 살쪘다며

아들 녀석이 아침 일찍부터 하이드 파크에

산책 겸 운동하러 가자고 한다.


숙소를 나서는데

바로 앞에 자전거 공유 시스템이 보인다.


타볼래?


원래 평소에 나라면 주저했겠지만

부자간의 새로운 추억을 위해 도전해 보기로 했다.


막상 타 보니


카카오 바이크보다 좀 더 묵직한 안정감이 있고

런던 시내에 자전거 도로가 굉장히 잘 나 있어

아직 붐비지 않는 도심을 쌩쌩 달려

금방 하이드 파크에 도착했다.




7시가 채 안된 이른 시간이라

공원 안에는 개와 산책하거나 조깅을 하는

몇몇 부지런한 사람들만 가끔 보일 뿐이다.


대신, 어제 왔을 땐

미처 못 봤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들이 알려준 구도와 각도에 신경 써가며

사진을 찍다 보니 전문 작가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어제 꼭 해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며

아들 녀석이 겉옷을 벗어 잔디에 깔고는

벌러덩 눕는다.


나도 그 옆에 따라서 누워 하늘을 봤다.

비가 살짝 내릴 듯 말 듯 흐린 게

딱 전형적인 런던의 날씨스럽다.


새가 멀리 나니까
꼭 파리 같다


그러네...

흐린 하늘을 자세히 보니

점 같이 움직이는 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아들 녀석은 마치 런던 사람이라도 된 양

한참을 누워 익숙한 팝송을 흥얼거리며

지금, 여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옆에서 제목이 궁금해진 나는

그 노래를 검색해 결국 찾아냈는데

앨리샤 키스의 <If I ain't got you>였다.


이게 뭐라고, 그리 열심히...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아무 거리낌 없이 누워

하늘을 보는 여유를 난 언제부터 잊고 살았나 싶다.




여행에 동반자가 중요한 이유는


그 사람의 취향과 관점에 따라

같은 장소와 시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서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이십 대 청춘의 눈, 귀, 입, 코 그리고 온몸의 피부로

지금, 여기를 즐기고 있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 아들도 혹시

오십 대 중년의 취향과 관점으로 이 여행을

느끼고 있진 않겠지?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