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여름도 뜨거워야 한다
계속 꿈꿔야 한다
엊그제 중복이 지나고
무섭게 쏟아붓던 장맛비도 그치니
시끄런 매미소리와 함께 한여름 폭염이 시작됐다.
이 계절의 뜨거움이 있어야
각종 곡식과 열매가 제대로 붉게 익을 수 있다는
자연의 섭리를 깨달아버린 나지만
성장보다는 이제 성숙의 시기에 들어선 중년에게
이 더위가 굳이 필요한 걸까?
남은 인생은 그냥 여름 없이
봄에서 가을로 건너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얼마 전 읽은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이런 글이 있다.
강화도에 화문석이 유명한데
꽃무늬가 없는 것이 더 비싼 게 이상해 따졌다.
'이보시오.
어째서 손도 덜 가고 단순한 이 무(無)문석이
더 비쌉니까?'
'모르는 소리 마세요.
화(花)문석은 무늬를 넣으니 짜는 재미가 있지요.
무문석은 민짜라
짜는 사람이 지루해서 훨씬 힘듭니다.'
한 시대 치열하게 살다 간 이 현자는
목표에 빠져 그 과정의 모험과 방황을 생략하고 싶은
나 같은 후배들에게 이런 말도 남겼다.
꿈이라는 건,
빨리 이루고 끝내는 게 아니야.
그걸 지속하는 거야.
꿈이라고 하는 것은 꿈 자체에 있는 거라고.
이루어지면 깨어나는 일 밖에는 남지 않는 거라고.
깨어나는 그것이 곧 죽음이라고.
이런 역설을 모르면 인생 헛산 거라는
그의 서늘한 가르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더운 여름에 뜨거운 보양식을 먹는 이유는
이열치열 즉,
그 열을 피하기보단
더 센 열로 부딪혀 이겨내는 원리이리라.
중년의 여름도 뜨거워야 한다.
삶의 용광로 속에서
모험과 방황의 시간을 태워
꺼져가는 꿈이라는 불씨를 계속 살려야 한다.
그래서 난 오늘도
이 뜨거운 누룽지탕을 먹으러 왔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진짜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