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탕 해묵자
퇴근시간을 알리는 아내의 톡이다.
마침 가을을 재촉하는 보슬비도 내리고
저녁에 소주 한잔 생각났는데
이심전심이다. 유후~
집에 들어오니
보골보골 꽃게탕 끓는 냄새가 반긴다.
막 잠에서 깬 아들이
팬티 차림에 부스스한 머리로 방에서 나온다.
친구들과 강릉 놀러 가 찍은 동영상 편집한다더니
밤을 새운 모양이다.
쑥갓이 들어가 더 시원해진 꽃게탕 국물에
소주 반주를 곁들인 행복한 저녁 만찬을 마치고
짱이 산책 겸 온 가족 동네 산책을 나섰다.
태풍 오기 전 바닷가처럼
시원한 저녁 바람이 기분 좋게 술기운을 올려주는데...
이런 날씨는 노래방이 딱인데
아들 녀석이 바람을 넣자
콜~ 하는 엄마.
설마... 하는 내 생각을 읽었는지
"무인 코노(코인노래방) 있어. 짱이 얌전하니까
데리고 들어갈 수 있어"라고 선수 치는 아들.
그렇게 엉겁결에 코인노래방에 끌려갔다.
지하에 있는 노래방은
다행히 손님이 거의 없었다.
혹시나 누군가 짱이를 뭐라 하면 돌아 나올 태세로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1번 방에 들어갔다.
노래방까지 들어와 본 반려견은 세상에 많지 않겠지
넌 참 복도 많아~
그렇게 우리 네 가족은
한 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회식 2차 코스인 양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가족끼리 노래방에 오는 가장 좋은 점은
눈치를 안 본다는 게 아닐까.
음치인 아들도
박치인 아내도
그 둘보다는 조금 더 낫다고 우기는 나도
다 똑같다 혀를 차는 표정의 짱이도
이 순간만큼은 나도 가수다.
검정치마, 잔나비 미안하다.
광석이 형, 훈아형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