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다
신발을 벗고
섰을 때 첫 느낌이다.
한 발짝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기 시작하자
작은 흙알갱이들이
발바닥의 예민한 신경들을
자극해 온다.
혹시나 날카로운 게 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잠시.
어느새
온몸으로 전해오는 상쾌함이
복잡한 뇌까지
쭉 올라온다.
원시시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로
훌쩍 돌아간 기분...
나는 맨발로
흙길을 걷고 있다.
이 중력의 이끌림을
오랫동안 외면해 왔었다.
신발을 신고
아스팔트가 깔리고
자동차를 타면서
흙과 나 사이
거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랬다.
경계를 하고
가면을 쓰고
장벽을 쌓아 갔다.
맨발로 걸어 보니 조금 알겠다.
애써 외면해 왔던
그 이끌림은
'남'이라는 감옥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였다는 걸.
일산 호수공원 터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