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알쓸신잡
벌레를 죽였다
새벽 4시쯤
스마트폰으로 글감을 찾는데
뭔가 바닥을 기어가는 게 보였다.
(노안이라서 안경은 벗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옆에 있던 책으로 사정없이 내리쳤고
휴지로 싸서 보니 분명,
바퀴벌레였다.
방 안에 바퀴라니...
보통 혐오감이 든다는데
이렇게 자세히 본 건 처음이라서 그런지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인류보다 오래 살았고 오래 살아남을
강한 생명력을 가진 벌레라던데
나의 한방에 이리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다니...
녀석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나는 검색을 시작했다.
일단 <나무위키>에 실린 방대한 정보에 놀랐다.
지금까지 찾아본 내용 중 가장 길었으니까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벌레라서 인지
여러 다양한 구제법을 참 자세히도 다뤘다.
(궁금한 독자분은 나중에 맨 아래 링크 참조)
혐오감이 극상인 이유가
온갖 잡균을 몰고 다니는 불결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미나 모기 등 집안에서 볼 수 있는 곤충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압도적 존재감 때문이란 것.
(다이어트 좀 하지 그랬니...)
한참 검색을 하다 알게 된 또 다른 재미는
멕시코 민요로 알려진 <라쿠카라차>가 '바퀴벌레'란
뜻이라는 거다.
영어인 'the cockroach '가
멕시코어로는 'la cucaracha'라는 의미다.
멕시코 혁명(1910~1920) 때 민중의 영웅이었던
'판초 비야'의 별명이 '바퀴장군'이었는데
죽여도 죽여도 살아나는 그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했단다.
녹두장군 전봉준을 노래한 민요 <파랑새>처럼.
여기까지 읽고 보니, 내가
혁명의 지도자를 암살한 못된 독재자같이 느껴져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잠깐 고인의 명복을 빌고
휴지통에 고이 안치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창밖에 새날이 밝아온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 황가람 <나는 반딧불> 中 -
https://namu.wiki/w/%EB%B0%94%ED%80%B4%EB%B2%8C%EB%A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