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 무서운 이유
두 모자(母子)가 아침부터 당근 한다고 난리다.
돈이 궁한 아들은
베란다에 오래 방치해 둔 개모차를 가져와
언뜻 명품처럼 비싸 보인다며 거실의 소파 배경으로
스마트폰 촬영 후 거래 정보를 올리기 시작한다.
나름 프리미엄급인 R사 브랜드이긴 하지만
사진 잘 찍어 올리는 게 제일 중요하고
스펙 사항까지 정확히 기술해야
주인이 관리 잘한 물건이란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뽐낸다.
엄마도 이에 질세라
사서 몇 번 안 쓰고 처박아 둔 H사 착즙기를 생각해
보증서와 사용설명서를 어디선가 찾아온다.
정가보다 얼마 싸게 내놓느냐보다
비슷한 물건이 거래되는 가격으로 내놓아야 한다며
화려한 당근 구력을 자랑하다가,
착즙기 살 때부터 잘 안 쓸 거라 반대했었다고
구시렁대는 아들을 째려보며 한 소리한다.
이 녀석 출생신고서 어디다 뒀지?
이참에 같이 팔아야 하는데.
엄마가 아들 용돈 챙겨주려는 건데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사회생활 잘할 수 있겠나.
나도 가장답게 한마디 거든다.
또 뭐 팔게 없을까 하며 두리번거리던 그들.
갑자기 일어서다 허리를 삐끗해 감싸 누르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작당모의라도 하다 들킨 표정을 잠시 짓더니
이내 깔깔거리며 웃는다.
설마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