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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비선생 Aug 02. 2024

인생맛 굴비(屈飛) 정식 #1

실패의 글을 쓰는 이유

제가 실패의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가장 재기가 어려웠던 실패가 그 두 번째의 실패였습니다. 당시의 실패는 저를 리셋해 준 정도가 아니라 거의 재기불능 단계까지 밀어 넣어 주며 바닥이 도대체 어디일지 모를 정도로 심하게 내려가게 해 주었습니다.


오늘 갑자기 그때 당시 제 자신의 실패를 뒤돌아 보며 끄적이던 노트를 보다가 스스로 하는 실패의 이야기에 대해서 의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제 사무실 책상 서랍에 두고 가끔 꺼내보고 있거든요...


누군가가 제게 "굴비선생,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뭐야?"라고 물으면


언제나 저는 '대망'이라고 대답합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 난세의 영웅을 담은 소설이자 일본에서 무려 1억 부나 팔린 책이자, 그 양이 어마어마해서 저도 기억으로는 장장 4개월에 걸쳐서 완독 한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등장인물은 또 왜 이렇게나 많은지 ㅎ


책에서 설명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인내'이며,

제 인생의 중반 어디쯤에서 경험한 큰 실패와 더불어 인내에 관해서는 지상최고라고 불릴만한 책 속의 그를 통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고통을 감내하려 스스로를 세뇌시키곤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인내' 보다 그의 '실패'에 관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전장에서 매번 성공가도를 달리며 그야말로 실패를 모르던 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30세에 이르러 적장 '다케다신겐'과의 전투에서 목숨만 겨우 건질 정도로 크나큰 패배를 경험했습니다.


소설에서는 전장에서 얼마나 지독하고 처절하게 도망을 쳤는지 말안장에 똥을 지린 것도 모르고 도망쳐 온 일화를 그려줍니다.


전장에서 크게 패하고 돌아와 이에야스는 그날의 실패를 다시는 잊지 않으려 부하를 시켜 자신의 초상을 그리게 하고는, 그 초상을 곁에 두고 죽을 때까지 경계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저로 돌아와, 제가 이 공간을 빌어 스스로의 실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이에야스처럼 제 자신의 실패를 잊지 않게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 봤습니다. 아니, 몸에 새긴 문신처럼 지워지지 않는 초상을 그리고 싶었나 봅니다.


제 자신에게 글을 쓰며 실패를 기억하고 경계하기 위해 그림이 아닌 글을 빌어 저의 초상을 적고, 혹시 누군가는 저를 빌어 경계하는 마음과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내실 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사진은 일본 도쿠가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당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명 '우거지상'이라는 초상입니다.


wak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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