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어른이 되는 게 두려워서

by 유월

"수능을 마치면 뭘 먼저 할 거야?"

친구들이 내게 물었다. 수능을 마치면 무엇이 가장 기대되느냐고. 나는 그때 덤덤히 해야 할 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알바를 할 거야. 일해서 내 용돈을 벌 거야."

친구들은 수능이 끝나면 운전면허를 따겠다, 여행을 가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나에게 그런 이야기는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렸다. 나는 성인이 된 나를 상상해 본 적도 없었으며. 어른이 된 후, 가질 그 책임감이 무척 두려웠으니까.

학생 때는 못나게도, 가난에 부모님의 탓을 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성인이 된 후 가난은 순전히 나의 노력 부족이란 생각이 있었다. 돈이 없다면 알바를 더 하면 되는 일이고. 지긋지긋한 빚이 싫다면, 떠나면 되는 일이니까. 주어진 환경이 다르다고 책임지지 않는 건 무책임해 보였으니까.

집을 떠나고 싶단 호기로운 생각에 인서울, 인경기에 원서를 넣었고. 결국 붙었음에도 가지 못한 것은, 그리고 그 이유에 쉽게 답하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나는 독립할 준비도, 어떤 여유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었으니까.
서울권 대학교에 처음 붙고, 합격 소식을 알리던 그날은. 엄마가 한숨을 몰래 쉬던 날이었고. 이모와의 전화에서 "보내긴 해야겠지. 어떡하겠어."라는 말을 들은 것은 순전히 나의 불찰이었다. 나의 성취가 누군가에겐 책임감을 안겨주는 일이 된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결국 집 인근 지역으로 대학교를 진학하고, 많은 축하를 받았음에도. 내가 지망하던 심리학과를 붙었음에도. 결국 나는 쉽게 기뻐할 수가 없어서. 교통비 밥값 명목으로 주에 몆만 원을 건네어 받았고. 엄마는 이것 역시 무리하는 것임을 말씀하셨기에. 언니들도 우리 중엔 지원을 받고 다닌 사람이 없으니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는 그 말에도. 나는 할 말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난 결국 독립하지 못했으니까.

현재 연재하는 청춘, 8720원 소설의 배경은 나의 경험에서 가져왔다. 나는 수능을 마친 뒤 바로 아르바이트를 구했고, 당시 그 시급을 받아 내 용돈 벌이를 했으니까. 주말 알바를 병행하며 학교를 통학했고. 주말이 있는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다. 엄마께서 통학비를 지원해 주셨으니 그 정도는 합당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휴학을 한 지금은 지원이 끊기고 투잡을 뛰고 있지만... 그때, 그리고 지금의 내게 가장 묻고 싶은 것은

"일을 그만둘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아?"

하는 작은 위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