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한 사람
부당함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던 나이, 스무 살. 그리고 그보다도 어렸던 미성년의 열아홉. 돈을 벌기 위해 나섰던 걸음과, 그 부러진 마음에 대한 기록.
이직에 성공한 뒤, 나는 뷔페 바리스타로 근무하게 되었다. 3층 웨딩홀에 대한 이야기는 남자친구에게 종종 들었지만. 인터넷에서 보던 것처럼 텃세에 대한 이야기는 잘 들은 바가 없었다. 남자친구는 거기서 이미 오래 일한 사람이 되었고, 그런 것에 신경 쓰는 타입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일하기 전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봐야 기운 빠지기 일쑤니까. 나는 좋은 이야기만 듣고자 했고, 내가 해야 할 업무에 대한 설명만을 전해 들었다.
간단한 인수인계, 처음 내려보던 커피. 큐알체크로 전하던 음성과 달리. 손과 손이 맞닿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란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던 순간. 나는 이 일이 내게 딱 맞는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게 아니면 처음 하는 일이 이렇게 설레어올 리 없을 테니까. 물론 그런 생각은 쉽사리 부서지기 마련이었지만.
단정한 와이셔츠, 긴 슬랙스 바지. 그리고 질끈 묶어 올린 머리. 워낙에 키가 작고 화장을 잘할 줄 몰라 유독 어려 보였 그때의 나. 그런 이유인지 대부분의 손님들은 내게 학생이 참 착실하다며 인사를 건네오셨지만. 간혹 가다 내 몸매며, 얼굴을 품평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무례함 정도는 이겨내야지 생각했지만. 노출 하나 없는 그런 옷차림에서 무엇을 보는 건지 욱하는 날도 있었다. 그래, 그럼에도 그 일은 견딜 수 있었다. 돈을 버는 게 어디 쉽던가, 나는 내가 나약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 정도 일, 누구나 겪는 걸 텐데. 내가 너무 과민한 탓이라고.
뭐든지 웃어넘겼던 나였지만, 가끔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다가오기도 했다. 말 한마디, 한 마디 아프게도 건네던 그 말들.
'오늘 그냥 돈을 날로 벌어먹네? 양심도 없지.', '앉아있어? 와 나는 서서 일하는데 싸가지없네.'
처음엔 장난인 줄 알고 웃어넘겼던 말들. 그러다 심장을 타고 올라 두근거리던 말들. 내가 가슴 뛰던 일들 대신, 가슴 뛰는 그 말들이 내게 닿았다. 우습게 그때도 그것이 부당함을 알지 못했다.
사실 그런 말에 출근이 두려웠더라도, 나는 당장 퇴직을 고민하진 못했다. 나에겐 그런 폭언보다도 가난이 두려웠기에. 엄마께 말씀도 드리지 못했다. 일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지 못했고. 늘 웃는 얼굴로 집에 들어와, 방 안에서 무너지는 날의 반복이었다. 어쩌면 돈을 버는 것은 나를 잃어버리는 일이 아닐까 떠올리는 것의 반복. 나는 누구보다 나약했고, 또 어린 사람이었다. 손에 쥐는 돈이 더 이상 기쁘지 않을 때. 빈손보다도 무척 무거운 무게를 가질 때. 나는 그때의 무게를 잊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