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필

서정의 못난 글씨

by 유월

못난 글씨로 삐뚤빼뚤 사랑을 적는다. 읽히지 못할 못난 글씨.

"글씨도 못 쓰면서 편지는 왜 써."
"얘는... 편지에 글씨가 꼭 예뻐야 해?"

서정의 글씨는 꼭 춤을 추는 것도 같았다. 서정의 글씨는 늘 칸을 맞추지 못했고. 어떤 날엔 마음이 들떠서 오른쪽이 위로 휘었다. 어느 날엔 마음이 울적하여 글마저 울상 짓는 날이 잦기도 했다. 연필을 쥔 손은 엉성하였고, 쓸 때의 마음마저 온전치 못하니 서정의 글씨는 공책에서 춤을 추곤 했다. 누구는 '서정은 악필이다'며 조롱하곤 했지만, 서정은 늘 웃어 보일 뿐이었다.

서정의 목소리는 제법 낮아, 어릴 적엔 남자아이가 아니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지금의 서정은 그저 높지 않은 목소리를 가진 여자아이 취급을 받았다. 그것과 달리 오랫동안 이어져온 이 못난 글씨체는, 서정을 그냥 글씨를 못 쓰는 아이로 만들어줬을 뿐이지만.
서정은 그런 자신의 글씨를 특별하다 여겼지만. 간혹 편지를 쓰는 순간이 오면, 자신의 마음이 이 못난 글씨에 가려지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두려웠고. 이내 춤을 추는 글씨에 본인이 민망해 공책을 덮고 나면, 못나게 쓰인 그 글이 미워져 편지를 전하며 괜히 책귀퉁이를 꼬집곤 했다.

서정은 못난 자신의 글씨를 부끄러워한다기보단, 사람들의 기대가 두렵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서정은 항상 손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이내 자판기로 타다닥 마음을 전하는 일도 잦았으니까. 정갈히 그러나 규칙적으로 적힌 예쁜 글씨들은, 서정의 글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도 같았고. 그 완벽한 완성에 사람들을 박수를 보내기도 하였으니까. 서정은 그런 기대감에 부응하고자 점차 자판을 치는 일이 잦았고, 이내 펜을 놓는 순간도 늘어가기 바빴다
그녀의 악필은, 점차 심해질 뿐이고 나아질 기미가 없었으니까.

"근데, 네가 봐도 그렇게 못난 글씨야?"
"네가 좀 더 열심히 써보면 되잖아."

퉁명스러운 친구의 말에도 서정은 머리를 벅벅 긁을 뿐이다. 열심히 잘 써 내린 글씨에 대한 대답은 늘 어려웠다. 힘을 주고 쓴 글씨들은 정갈히 못나게 적힐 뿐이고. 손목을 욱신이게 만들고, 종이에 자국을 남길뿐이다. 애쓴대도 못난 글씨로 남는다면 힘 안 들인 못난 글씨가 낫겠다는 서정의 판단이었다.

"이런 못난 글씨에도, 읽어내는 사람이 있잖아."

서정은 결국 본인의 답을 찾아간다. 힘 안 들이고 날려 쓴 글씨, 힘써서 꽉 붙잡는데도 못날 그 글씨. 그러나 춤추듯 자유로운 글씨.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못난 글씨. 그리고 서정은 자신의 글씨를 읽어낼 사람을 찾을 것이다. 늘 그렇듯, 천천히. 그러나 빠르게 휘갈길 그 못난 글씨.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