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자세

되고 싶지 않았던

by 유월

"하기 싫은 걸, 하기 싫다고 말할 수 없잖아."

배움은 끝이 없다지만, 이 나이가 되어서야 배운 것들이 있었다. 대단한 거라도 배웠음 좋을 테지만, 그럴싸한 이야기도 아니었고. 아름다운 이야기도 배우지 못했다.
쉬는 법이라던지, 스스로를 아끼는 법이라던지. 그런 것이라면 기쁘게 배웠을 텐데. 그녀는 한순간도 그런 것이 익숙해지지 못했다.

"아프다고 말도 못 하지."

달에 연차를 하나 받아, 아끼고 아끼다 결국 놀러 갈 때 쓰지 못하고. 아파서 도저히 출근하지 못할 때 내는 것이 그녀였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포기를 모르는 사람처럼 굴어야만 했다. 하고 싶은 것보단 해야 할 일을 해내야만 했고. 부당함을 모르는 사람처럼 굴어야만 했으니까.

"어릴 땐, 뭐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해왔었는지."

아플 땐, 아프다고. 무식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던 담임선생님의 말이 생각났다. 다른 친구들에겐 버티는 법을 알아야 한다던 담임선생님께서, 그녀에게만 그런 말을 한 것은. 그녀만이 무식하게도 버티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어른이 된다면 무책임하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도 다짐했고. 그런 다짐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유효했다.

그녀는 겨울날, 차디 찬 바람에 덜컥 감기에 걸렸고. 이번 달도 아픈 자신을 위해 소중한 연차를 태워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그녀를 무책임하다 이야기할 것 같았고. 자기 관리도, 업무의 일종이라며 그녀를 질책할 것만 같았다. 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속닥이는 소리도 멈추지 않았다.

"어른이 되고, 이런 삶을 꿈꿨던가..."

학생이던 그녀도 아프다는 말을 잘하지 못했고. 어른이 된 그녀도 아프다는 말을 잘하지 못하니. 그녀는 아직 어린아이로 머무는 것만 같았다. 아니, 오히려 더 어려진 것만 같았다. 그때는 무언갈 이루고 싶단 꿈이라도 가득했으니까. 그녀는 기침을 삼킨다. 그리고 겨우 쓴웃음을 지어 보인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게 어른인가 봐."

그녀는 이런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았는데. 그래, 그녀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