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진 양말

못난 애정

by 유월

이 양말은 신기만 하면 뒤집어진다. 살 적엔 예쁘다고 퍽이나 좋아했는데. 신발만 신으면 발라당 뒤집어지는 거지. 세탁기에 돌리면 그대로인데도. 이 신발만 신으면 이렇게 뒤집어지고 마는 거다. 이 양말을 신지 않거나, 이 신발을 신지 않으면 될 일인데도. 나는 기어코 양말 위에 신발을 둘러야만 직성이 풀렸다.
발목 부분은 낮고, 양말은 얇디얇아서 사실 어떤 신발을 신더래도 뒤집어질 것 같았다. 그럼에도 신발 탓을 하는 것은 신발은 무식하게도 단단했기 때문이었고. 새로 산 양말과는 달리 오래되어 꼬질꼬질해진 것이 이유일 것이다. 신발을 누가 보기에도 낡디 낡았고. 양말은 몇 번의 세탁을 거쳤음에도 아직 신을만한 새 양말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신발도 세탁기에 넣고 돌러버리면 괜찮으려나."

신발을 빠는 것이 귀찮아서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신발을 무자비하게 빨아버리면 좀 무던해지지 않겠느냐고. 나는 매번 신발 탓을 하는 경우가 잦았고. 내 취향껏 고른 양말은 탓하지 않는 버릇이 있었다. 이 신발과 다른 양말을 신을 때 한 번도 뒤집어진 적이 없는데도.
사실 양말은 썩 예쁜 디자인도 아니다. 발 뒤꿈치를 타고 작게 각인된 로고는 누가 보면 제법 유치했고. 얇디얇아 싸구려 티가 나니. 신발을 벗어야 뒤집어지지 않는다면. 사실 벗고서는 뒤집어져야 당당할 수 있을 양말이었다. 그래, 그런 양말이었다.

양말은 수십 차례 신발 안에서 뒤집어지기를 반복한다. 오늘도 길 가다 열댓 번을 멈춰 양말을 잡아당겼다. 양말 뒤축이 흘러내려 몸을 주저앉혀 당겨내기를 반복하고. 끝까지 밀어 올린 이 양말이 오늘은 단단한 신발에 잡혀주기를 기다린다.

"이번엔, 세 걸음은 갈 수 있을 것 같애."

양말은 또 뒤집어진다. 늘 그렇듯, 애정 탓에. 겨우 신발을 원망하며. 탓하지 못하고.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