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의 우울
미친 소리일지 몰라도, 담배를 피우고 싶단 생각을 했다. 예술병 그런 건 아니고, 우울병. 우울을 증명할 방도가 없으니 뭔가 피워내고 싶던 거지. 예술하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담배를 피운다고도 하니까. 창작의 고통을 담배로 나타낸다 했던가. 그런 말들을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담배를 피우는 것은 꽤나 예술적으로 보이는 것도 같았고.
술자리 중간 빠져나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 몸에도 안 좋은 걸 왜 피지 하다가도. 담배를 피우면 정말 행복해지는 건지가 궁금했던 거고. 꼭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인생이 힘들어서, 피운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 오늘 하루 힘들었나 떠올리는 것이고. 줄담배를 피는 사람들을 본다면 그들의 고통을 지레짐작해 버리는 것이다. 가느다란 손가락에 붙잡혀 붉게 타오르다, 재를 흩뿌리는 담배를 보고 있자면 무언가 난로를 보는 것도 같았고.
"... 담배를 피워보고 싶다."
내 말은 아무 영양가가 없다. 의미 없이 담배를 피우겠단 건 우스울 뿐이고.
"너 그거 다 겉멋이야. 피우는 사람들도 죄다 끊겠다는 건데."
"그러면 왜 안 되나. 나도 힘든데 담배나 한 대 태울 수도 있는 거고."
"... 넌 담배향을 싫어하잖아."
그렇지, 담배향을 싫어했지. 옷 속에 남은 매캐한 담배향이 싫었고. 바닥에 침을 탁 뱉고, 꽁초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이들을 미워했었다. 내 우스운 바람일 뿐이지만.
"내가 피우는 건 다를 수도 있잖아."
"차라리, 일하는 중에 쉬고 싶다 말했으면 말리지나 않았을 거다."
그 누구도 나한테 담배를 피우라고 말하지 않는다. 넌 담배를 싫어하지 않느냐고. 지금까지도 잘 지내오지 않았냐고. 나는 말을 하지 못하고. 무심코 편의점에 들어가 담배를 골라본다. 어떤 것도 감이 오지 않고, 아는 것도 없으니 고민이 길어진다.
"... 가장 독한 게 뭔가요.'
담배를 사 와도 고민은 길다. 담배는 금방 태워낼 텐데, 라이터조차 잘 켜지 못하는 나는. 탁, 탁 소리만 맴돌게 한다.
"불만 붙이면 돼."
탁, 탁. 불은 쉽사리 타오르지 않고. 손에 쥔 장초, 무너지는 얼굴. 편의점 조명조차 닿지 않는 곳, 불조차 피어나지 않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