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능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폰이야 다 꺼버리고, 혼자 있고 싶은 날. 감정이 넘쳐흘러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할수록, 더 괴로워지는 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불청객에 작아지는 날. 나는 오래전부터 이런 감정이 익숙했지만, 남에게 넘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항상 웃고 다니기 바쁘니 남들에게 더러운 감정을 표현하기 쉽지 않았고. 사회생활을 하며 쌓아온 관계들은, 힘든 이야기는 한 줄도 못하는 그런 사이가 된다. 물론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들이 안다고 해서 그들에게 위로를 받을 것도 아니었다.
"아무도 안 찾으면 좋겠는데 나를..."
혼자 중얼거리기 반복하던 그 저녁에. 누군가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은 곤욕이었고. 모든 기력을 다 소진한 내게 그런 위로 따윈 사치였고. 그런 선한 마음마저도 귀찮아서 나를 자책하기 바빴고.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힘든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기는 왜 그리 힘든 건지 모르겠고. 나는 늘 도망치고 싶었다.
"그냥, 혼자 있고 싶은데 어떡해."
나를 위로하는 사람들도, 나를 위하는 사람들도. 내겐 귀찮을 뿐이다. 나는 무척 지쳤고. 혼자 이겨내야 하는 사람이니까. 티를 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들의 위로를 받지 않아야 했는데. 나는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폰을 끄고 며칠간 연락을 받지 않겠다고 하고 싶은데. 이 선한 사람들은 그런 틈에도 연락을 보내온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란 희망을 건네어온다. 나는 누구보다 그런 희망에 절망하는데도. 그들의 위로는 늘 그렇게 다가온다. 내게 조금도 닿지 못한 상태로.
눈물을 참는다. 아니 어쩌면 울고 싶은데도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 하도 숨겨낸 감정들이 이제 들킬 틈도 없이. 자신에게조차 티를 내지 않기로 한 것인지. 폰 대신 그저 눈을 감는다. 이러면 내일은 오랜만에 푹 잤다는 이야기라도 할 수 있겠지. 죽음에 가까운 이들이 잠에 빠진다는 것은 빈말이 아니다. 나 역시 오늘 눈을 덮었으니까.
눈 틈으로 흐르는 것은 죽음이다. 어쩌면 외면이고. 외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