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상담실에서

by 유월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뭐, 똑같아요. 매일매일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집안일을 미루고."
"마음은 어떤가요?"
"... 똑같아요, 행복하다고 하긴 그렇지만..."

상담은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나는 늘 두리뭉실한 대답을 내놓곤 했다. 행복하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경우가 잦았고. 우울하냔 질문엔 '우울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라는 말을 전했으니까.
사실 우울증이라는 것이 그렇듯, 내가 우울하다는 게 실감이 나질 않으니. 보통의 사람들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감조차 오지 않는 것이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 그런 것이니까.

나는 상담에서 우는 일이 잦았는데. 그것은 나에 대한 동정심보단 한심함과 나약함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해결하지 못했던 감정들, 내가 상처 준 사람들. 그리고 스스로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들.
오죽하면 상담에서 울지 않으려 안감힘을 써야 했는지. 나는 매번 충혈된 눈으로 울음을 참았고, 상담사분은 그것이 참 안타깝단 이야기를 전하셨다.

"울어도 괜찮아요."
"제가, 너무 한심해 보이는데..."
"한심하지 않아요. 자기를 속이는 것보다야 좋은 일이니까요."

상담에서 더 큰 진전은 없었다. 상담은 몇 차례 연장을 거듭하고도 끝이 도래했고. 이미 주 7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틈틈이 상담을 받는 나는 몹시 지쳐 보이기도 했다. 상담사분은 상담의 의의를 '이야기할 곳이 생긴 것.'에 초점을 맞추셨지만. 나 역시 그에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상에 변화가 두려웠기에 상담 종결이 두려웠던 것인지. 내 미련함이 두려웠던 것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반년의 기간 동안 나는 어떻게 지내왔는지. 내 삶은 어찌나 견고한지.

상담을 종결하면 어떨까. 나는 무너질까, 아니면 늘 그렇듯 문제조차 모른 채로 지나칠까. 이런저런 고민에도 쉽게 답하지 못한 것은 상담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까. 나는 오늘도 솔직하진 못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