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온 비겁함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게 뭘까요."
상담에서 가장 많이 내뱉게 되던 질문. 상담을 진행하며 나를 괴롭히던 수많은 원인들을 알게 되었고. 나를 지치게 하는 원인들을 많이 분석했지만. 나는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원인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환경 탓인지, 계속해서 실패하는 연애 때문인지. 오랜 시간 간직해 둔 상처 탓인지.
"저는 연애를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하긴 했는데..."
연애 텀이 한 달을 넘기지 못했던 나는 가장 긴 연애공백기를 갖는 중이었고. 번번이 썸이 깨지고 자존감을 바닥을 치던 중이었다. 우습게도 그 와중에 몇 번의 남성과 데이트를 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음에도, 연애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상담사분은 나의 낮은 자존감을 이유로 누군가 곁에 있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지만. 지금의 내가 너무 작다는 말을 반복하실 뿐이었다.
"누군가 곁에 있어주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걸 받아들이실 수 있는지. 그게 걱정이 되어서요."
"모르겠어서, 연애에 집착하는 것도 같아요..."
한동안은 연애를 하며 내 정서적 어려움이나, 가정적 어려움을 고백한 적이 없었다. 아득바득 생활비를 버는 것은,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던지. 심리학과에 온 것은 내 정서적 어려움 때문이라던지. 이런 사실들을 보기 좋게 포장되어 그들에게 전시하기 바빴으니까.
그때 연락하던 사람은 내가 밝고 생활력이 좋아 보인다는 말을 자주 했었기에. 그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탓인지. 거짓말을 더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지. 나는 용기 내, 나의 정서적 어려움을 고백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때의 그는 나의 어려움을 편단하지 않고 그저 들어주었지만. 나는 이내 그 결정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고. 또 홀로 남아 나를 자책하는 것만이 내 유일한 일이 되었다. 그 이야기를 상담실에서 전하니. 상담사분은 내게 그런 생각을 할 필요 없다며 나를 위로하셨지만.
"제게 필요한 건 연애가 아니라, 인정일지도 모르겠어요."
보이지 않던 아픔, 말할 수 없던 아픔. 그리고 결국은 홀로 이겨내야 할 이 마음들. 떠나간 그들이 내게 준 상처. 나는 더 비겁해져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