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비밀이야

by 유월

"어, 야! 학교엔 무슨 일이야?"

"어, 어... 산책. 난 산책 나왔어. 내가 걷는 걸 좋아하는데. 학교가 산책하기에 좋아서."

상담을 가는 날은, 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 아니었고. 동기들의 수업 있는 시간으로 겨우 잡아두었지만. 가끔 아는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나는 그때마다 거짓말을 내뱉기 바빴고. 아는 사람을 만날까 돌아가는 일이 잦았다. 가끔은 이런 이유로 상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을 서성이다 늦었고. 상담사분께 사과를 드리는 게 일이었다.

"죄송해요,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들키고 싶지 않거든요."

비겁한 시간의 반복. 사실 나는 솔직하고 싶었다. 누구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쓸 테지만. 나는 누구든 붙잡고 솔직하게 말해보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당당하게 상담실에 다녔다면, 어쩌면 상담실에 올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는 누구보다 내 어려움을 고백하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이해받고 싶었지만.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임을 알았다.

"저도, 알아요... 이렇게까지는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걸."

집안 사정이 좋지 않단 이유로, 날 무시하는 것도. 상담을 받는단 이유로, 날 비방하는 것도. 나의 억측이고, 나의 피해망상일 뿐이라는 걸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작아지던 것은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기 때문이고. 스스로 내 모습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저는요... 약점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늘 당당하고 싶어요."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지 못하고 계시잖아요. 들킬까 봐 늘 두려워서.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계시잖아요."

사람들을 만나는 게 두렵고. 나의 본모습을 들킬까 두렵고. 그래서 사람을 만날 때면 꾸민 내 모습으로 밝게 웃기를 반복해서. 나는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고. 가뜩이나 못난 피부를 가리겠다며 두꺼워진 화장은 내 표정을 숨기기에 아주 좋았다. 상담을 마친 뒤 빨개진 눈을 가리려고 고개를 숙이고 집으로 달렸고. 상담을 받는 시간 동안 해내지 못한 연락들은 매 순간 다른 이유로 남아. 기억도 못하고. 거짓말을 들켜, 난처했던 순간은 어찌나 많았던지.

더 이상 미룰 수 없던 상담 종결을 앞두고. 학교엔 산책을 나온다던 내 말을 들었던 그 친구. 그래, 그 친구는 내 여름을 걱정했었다.

"... 이제 산책을 나오기엔 너무 덥지 않아?"

"... 안 그래도 곧 그만 나오려고. 체력이 안 되더라."


짧은 담소를 뒤로, 몰래 돌아 상담실에 가던 길. 나는 내가 왜 무너졌는지 알 길이 없었다. 왜 눈시울이 붉어지는지. 왜 심장이 쿵쾅이는지. 쉽게 대답을 할 수조차 없었다.
친구는 알고 있었을까. 여름마저 이곳에 온다면 내가 무슨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매주 산책을 나온다는 건 이상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누구보다 내가 숨기고 싶어 하고 있음을. 어쩌면 다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난 그걸 알아주길 바랐을까.


비밀,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반드시 들켜야 할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