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외로움의 식사

by 유월

입맛이 쉽게 변한다. 어릴 땐 거들떠도 보지 않던 야채 따위를 먹고. 항상 즐겨 먹던 인스턴트식품이 더부룩하고. 좋아하던 음식은 더 이상 맛있지가 않아서.

냉장고를 정리하며 엄마의 마음을 이해했다. 이렇게 식재료들이 눈에 훤히 보이니 엄마는 배달을 시키지 말라고 했겠구나. 몸에도 좋지도 않은 거, 돈 들일 필요가 없다고 나를 탓했구나 싶던 것. 엄마는 아직도 내가 냉장고 사정을 모르고 배달을 시켜 먹는 줄 아시지만. 나는 이제 다 커서 냉장고를 털어먹는 날이 많아졌다. 채소 한 번에 오만상 쓰던 어린애는 없고. 좋아하던 채소 따위를 챙겨 먹는 내가 있을 뿐이고. 배가 고플 땐 기쁘다기보다 두려워진 어른이 되었을 뿐이다.
싸게 장을 본다며, 한 번에 잔뜩 봐둔 식재료들은 때를 맞춰 한 번에 유통기한이 다가올 뿐이고. 나는 매번 그 식재료들을 욱여넣었다. 분명 살 때는 너무 먹고 싶던 것인데도. 유통기한이 임박해 올 때면 먹고 싶지가 않거든. 그때는 내가 그들이 누구보다 필요했는데도. 잊히고 나면 다 쓰레기일 뿐이니까. 엄마는 억지로 삼켜내지 말라고 했지만. 아까우니 벅벅 긁어서 삼켜낼 뿐이고. 더부룩한 속은 한동안 계속 나를 괴롭힐 뿐이다.

"살이 찌겠지. 아닌가 배달음식도 아니고 칼로리 다 나와있는데 무슨 살이 찐다고."

사실 배달 음식을 즐겨 먹지 않는 것은 돈도 돈이고. 내 냉장고 사정도 있겠지만. 같이 먹을 사람이 없는 게 큰 이유였다. 집밥이야 내일 두고두고 먹는대도 괜찮겠지만. 배달음식은 차게 식어빠지고, 뒤처리도 어려운 것이. 여간 골머리 썩는 일이 아니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 거 보면 내가 채소를 좋아하게 된 것이 일리가 있는 것도 같고.

오늘 저녁은 피자가 먹고 싶었다. 입이 짧은 내게 피자 한판은 남겨 냉장고에 넣어둘 무언가이고. 내가 사둔 냉동 피자는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이고. 뭔가 체한 듯 더부룩한 마음은 알 수가 없는 것이라. 나는 냉장고 앞에 한참을 머물다 밥을 먹지 못하는 것이다.

"채소를 먹어야 할 텐데."

나는 답을 내리지 못하고. 혼자 주린 배를 붙잡고. 피자가 먹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