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 앉을 봄

봄을 기다리는 것

by 유월

봄이 온다는 걸 어찌 막겠어요. 봄은 그저 지나가는 것이고. 봄날씨란 워낙에 차디찬 바람에 따스한 햇살 한 줌이니.
이것은 분명 봄입니다. 나도 봄을 맞고자 화장대에 오래 머물며. 뺨이며, 눈이며 봄을 입힌 것이고. 나도 비로소 봄을 맞는구나 한탄하는 것이죠. 바람이 차디차서 옷깃을 꽉 여민다지만. 그래도 봄이잖아요. 나는 그래서 봄이라고 우기는 거지만... 우기는 것도 아니지, 기필코 봄이니까.

봄이라고 사람들이 연서를 보낸다는데. 나는 우체통을 비워버린 지 오래입니다. 봄옷을 입은 사람만 들여보내줄 수가 있거든. 나조차도 봄옷을 입지 않으면 어떤 소식도 받질 않던 거예요.
봄꽃이 나부낀다고 내가 봄은 아니니까. 그저 지나가는 꽃잎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고. 태양이 장렬하다고 봄을 넘기고 여름으로 칠텐가요. 그것도 기필코 아니지요.

나는 봄 준비를 이르게 했음에도, 봄을 홀로 맞는 것이 익숙한 것도 같았고. 시기 맞춰 딱 내 눈앞에 나타나줄 봄을 기다리는 것이고. 남들이 다 괜찮다며 따가고 싶어 하는 꽃잎 따위엔 관심도 없는 탓이에요. 그마저도 내가 봄옷을 입은 채로 보길 바라는 것이고.

"봄꽃이 피었나?"
"아직, 전혀."
"그쪽에 봄이 왔던가?"
"네게 가다가 겨울이 왔단다."
"나는 봄이 왔던가?"
"네가 창문을 열질 않는데, 무슨 봄이라는 건지."

타박을 들어도. 나는 봄을 기다리면서도, 봄을 기다리지 않는 것이고. 나르는 꽃잎에 감히 설레지 않는 것이고. 손 끝에 스친 벚꽃을 잡지도 않을 것이고. 그저 길을 걷다가 손바닥에 안착할 봄을 기다리는 것이다.

"봄이 오겠니."

누군가는 내게 물었고. 나 역시 봄이 올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매번 볼에 봄을 들이고도, 봄을 보지 않는 것도 같았고. 나는 그저 꽃길을 걷는 것이다.

"봄옷은 항상 내 곁에 있어."

봄을 들인다. 어제는 꽃이 내 손틈에 스미려고 애를 썼고, 결국 스쳐갔으며. 그제는 꽃을 잡아보려다가 두근거리지 않아 놓쳤으며. 그전 날엔 가시가 너무 따가워 피를 보고 엉엉 울어버렸던 것도 같다. 봄의 한복판에서 나는 때론 봄을 외치고. 봄이 되었다가. 그새 사라지는 봄.

봄이 와요, 그래. 봄이 오고, 내 님도 어딘가엔 오고 계시겠죠.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