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의 끝에서
머무르고 싶다, 어쩌면 남기고 싶다는 것의 속어였고. 혼자서도 떠돌아다니기 바쁜 나지만. 어딘가 남겨지고 싶단 생각을 자주 했다.
떠나간 이들을 그리워하는 순간은, 코 끝이 허전한 순간이었다. 내 머무는 곳이야, 나의 향이 가득 맴돌겠지만. 나는 몇 날 며칠을 비운대도 그 향을 모르는 것이 문제였던 거고. 그 향일랑, 다른 사람이 말해주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라. 나는 평생토록 알 수 없을 그 향을 궁금해하는 것이고. 그 향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나는 무슨 향을 담고 있는지. 코 끝을 간지려 추억 속에 남을 사람이었는지. 어쩌면 내 코 끝조차 담지 못하는 미천한 향이니 누군가에게 기억에나 남겠냐는 한탄이었다.
내 체취가 궁금했던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었고. 타인의 품에 턱, 턱 기대어 타인의 향 따위가 궁금했던 것이 아니었고. 누군가에게 안긴 뒤 남은 잔향에서야 알 수 있는 그 사랑이 궁금했던 걸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 무거운 향이 난 좋았는데."
울며 불며 그를 떠나보내던 날에는, 그의 품이 끝끝내 남아 나를 안았던 것이고. 그의 품에는 내 못난 향이 남아 그를 간지렸을 텐데.
그는 내 향을 떨치려 애를 써도 끝내 바로 떨치지 못한 탓이고. 그는 날 떠났음에도 내 향기만은 그를 끝내 안고 있던 것이라. 그는 가는 길 내내 내게 질렸을지도 모를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향은 지나치게 품을 파고드는 탓이야."
내 향이 좋았다면, 네가 날 버렸겠느냐 한탄 끝에 주저앉은 곳은. 결국 또 무취의 방이고. 나는 내 향을 알 수가 없으니. 네가 내게 질린 이유를 찾지 못한 탓이고. 사라질 그 향에 너를 그려보는 것이고. 너는 몇 차례고 털어낼 나와의 기억이 흘러, 어쩌면 내 방에 닿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을지도.
"나는 머무르고 싶었는데."
삶에서 누군가 나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향이 아니겠니. 향이라는 것은 아주 가까워야만 닿는 것이잖니. 코 끝에 남을 향은. 너를 부단히 힘을 주어 안는데도 금방 사라지기 마련이라.
네 향이 오래 남은 순간은 꽉 안아주던 그날이 아니었고. 나를 밀쳐내던 그날이 아니었고. 잔잔히 나를 바라보며 오래 안아주던 그날이었는데.
그래, 그날은 네 품이 날 따라왔다. 무취의 그 방에, 기어코 너를 앉혀뒀다.
"..."
그는 말이 없다. 무취, 무취의 끝이고. 그래 우리는 끝이 났고. 나는 여기 홀로. 남겨지고 싶다고, 어딘가에 머무르고 싶다고 외칠 뿐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