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책임

여름의 잔열

by 유월

그는 욕설 대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어차피 더럽고 추악한 것이라면 차라리 담배가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듣지도 못할 욕설 대신이야 공기가 조금이라도 탁해질 담배를 택하겠다는 우스운 마음도 있었다. 담배를 한 모금 머금은 그 순간 흘러나온 욕설이야 막을 도리가 없었지만. 그는 욕설 대신 연기를 내뱉는다고 생각했다.

이별, 혼자인 모습이 익숙해졌다 생각한 그였지만. 메신저 프로필에 올라온 그의 데이트 사진이란 꽤나 충격적이었나. 사귈 때 매번 거슬렸던 그의 모습, 여전히 고치지 않은 그의 당돌함 때문인지. 새로운 그의 애인은 그러한 사실도 너그럽게 용인해 버린 것인지. 그러면 결국 속이 좁은 것은 자신인지. 이런 생각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인지 그는 도무지 대답을 내릴 수 없어서 연기를 뱉었다. 연기를 뱉는 행위는 자연스레 한숨을 내뱉는 일이 되기도 하였다. '나보다 어디가 그렇게 잘나서.' 이미 추해진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쯤이야 더 추해질 곳도 없으리라 생각한 그였기에 더러운 생각들을 하기도 했다. 새로운 그의 애인은 이런 점도 볼품없을 테지. 나보다 더 사랑해 줄 수는 없을 테지. 이런 생각을 하고 나면 더 비참해지는 것은 본인이었음에도 그는 생각을 멈출 순 없었다. 화가 나는 것은 아니었는데 왜인지 발을 구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괜스레 욱하는 감정이 타오르기도 했다. 그 감정엔 여러 감정이 섞였을 테지만. 그는 비겁하게 떠난 그를 탓함으로 마음을 비워나갔다.

담뱃대가 짧아질수록 그는 그 모양새만큼이나 초라해짐을 느꼈다. 매캐한 담배 냄새가 눅진하게 달라붙었다. 온전히 음미하는 이라고는 본인인데. 그 모습이 때론 멋져 보이기도 했는데. 오늘은 왜 이리도 처량한지.

그는 이상하게 더위를 먹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뜨거운 여름 낮이 지나고 고작 열대야. 그리 뜨겁지 않은 온도. 다 타서 뜨겁게 식어내리는 담뱃재. 열이 오르는 건 여름 탓이라고. 땀에 젖은 머리를 몇 차례 쓸어 넘기고도 전혀 내리지 않은 온기. 그가 담배 피우는 걸 싫어했었지 떠올리고 짓이겨 밟아버린 담배. 매캐한 연기, 뒤이어 여름밤의 향. 다 타고 부스러진 그 담뱃재는, 뒤이어 그를 기침하게 만들었다.

어느새 뿌예진 시야 속 떠난 그의 모습, 여름의 잔열만큼이나 남은 잔상.

너를 더 사랑할 걸 그랬다, 이 여름의 온도만큼이 아니더라도. 너를 더 따뜻하게 대할 것을 그랬다. 독백 끝에서 열감이 올라 눈마저 뜨거워지고 시야가 흐려지는 이 순간마저도 내려가지 않는 이 잔열은. 이미 다 밟히고 초라한대도 아직 살아남은 불씨는 얼마나 그를 닮았는지.

여름의 열기에 목이 막히는 것인지, 독한 담배 연기가 그를 괴롭히는 것인지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하고. 초라하게 다 태우고 버린 담배꽁초, 그 짧은 기침. 그는 사랑이란 감정을 온전히 책임지는 것이 두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담뱃재처럼 타버린 사랑을 탓하고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