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너는 무시받고 살지 마."
"언니는 뭔 뷔페에서 그런 소리를 하냐."
"살아보니까 느껴져. 이런 것도 해봐야 느는 거야."
언니는 첫 월급을 받고 가족들을 뷔페에 데려왔다. 특별한 날 기분 낸답시고 먹던 대패 삼겹살 따위는 비교도 안 될 호화스러운 식사였다. 자주 못 보던 음식들, 어색한 분위기. 무얼 먹어야 할지 몰라 고민하니 언니는 나를 이끌며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래, 이러지 말라고 데려온 거야. 너는 무시당하지 말라고. 너는 언니처럼 못해봤다는 이유로, 혹은 몰라서 무시받고 살지 말라고 데려온 거야. 그릇 쥐어. 그릇 재활용 안 해. 다 먹으면 한 곳에 그릇 모아두는 거야. 궁상맞게 그 그릇에 계속 담아먹는 거 아니고."
언니는 무심한 듯 비싸 보이는 음식들을 그릇에 덜어줬고. 자주 보던 이런 건 먹지 말라며 얘기했다. 어찌 보면 울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내가 양볼 비싼 음식들을 우걱우걱 먹느니 이내 안심한 듯 보였다.
배불리 먹고 나오는 길. 생각보다 많이 나온 금액에 언니 눈치를 보니 언니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런 이야기를 했다.
"언니가 알려줬으니까,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지?"
-
그때 언니가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언니가 계산한 건 단순히 뷔페값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3학년, 가정 상황이 좋지 않으니 수능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언니들이 그랬듯 나도 내 용돈벌이를 해야만 했다.
그동안은 용돈처럼 교통비로 달에 4만원씩을 받았다. 아프지 않으면 학교에 매일 걸어갔다. 걸어서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걷다 보니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아낀 돈으론 간식 따위를 사 먹었고.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수준에는 그 정도로 충분하다 여겼다.
다만, 성인이 된다는 건 조금 달랐다. 더 이상 급식을 주지 않으니 내 돈으로 밥을 사 먹어야 했고. 교통비의 단위가 달라지고 유흥의 범주도 커진다. 교복 대신 옷도 사 입어야 하고, 꾸밈에도 돈이 단위가 달라질 테니 사뭇 겁이 났다. 집이 못 사니 대학등록금 걱정은 없을 테지만 내 생활비는 내가 책임을 져야만 했다. 그런 생각이 책가방보다 무거워질 때쯤, 나는 알바를 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주에 10시간은 일해야겠지 하고 생각하곤 손으로 헤아려봤다. 돈을 벌어본 적 없으니 체감이 잘 되진 않았다. 이러면 통학비용이 나오려나. 무시받지 않으려나. 언니는 그때 얼마를 벌었길래 뷔페를 샀을까. 그 당시에도 적은 돈은 아니었는데. 언니가 느꼈을 무게가 느껴졌다.
나는 수능을 마친 그 해 겨울, 첫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다. 빈번한 탈락 끝 남자친구의 추천으로 겨우 구한 알바자리였다. 8720원의 최저시급, 내 처음 손에 쥔 청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