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첫날 - 1

Ep1

by 유월

"엄청 쉬울 거야"

나는 남자친구인 준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출근을 확정 지었다.
준이 일하는 곳 5층 웨딩홀에서 마침 자리가 비었던 것이 행운이었다. 그 웨딩홀 부장님이 준의 카톡 프사에 있던 나를 보곤 날 쓰고 싶다 먼저 제안을 해왔다. 도대체 뭘 보고 나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최근 모든 알바 지원에 있어서 면접조차 가지 못했단 사실을 떠올리면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준은 자기도 했던 일인데 어떤 일보다 쉽다며 싱글벙글 웃기 바빴다.

준은 대학교 원서 접수조차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의 생계를 유지해 나갔다. 대학교에 자신의 꿈이 없다는 이유로 빨리 진로를 결정해 나간 것이다.
준은 안 해본 알바가 없었다. 웨딩홀 알바가 적성에 맞는지 꽤 오래 해온 듯했는데. 첫 알바를 남자친구와 같은 건물에서 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준이 퇴근은 같이 할 수 있으려나 하며 웃었고. 그런 준을 보며 그래 나도 잘해봐야지 하고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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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은 낯선 일이다. 웨딩홀 특성상 흰색 셔츠에, 검정 슬랙스, 묶은 머리로 단정하게 꾸미고 출근길에 나섰다. 화장을 한 번도 안 해본 나였지만 쿠션도 톡톡 두드리고 가벼운 화장을 해보았다. 어린아이가 어른 흉내를 낸 것도 같았다. 제법 우스운 모양새였지만, 무선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았다. 잘할 수 있을 거야. 이 말은 스스로에 거는 최면과도 같았다.

"저 5층 아르바이트 하러 왔는데요."
"아, QR 체크인 알바 말씀하시는 거죠? 엘리베이터 저기 있고... 바로 근무 시작하시면 돼요."

어떤 인수인계가 주어질까 두근거리던 것도 잠시 난 무작정 5층으로 올라가 대기했다. 준에게 물어보고 온 것이 있었기에, 바로 업무를 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무척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인수인계도 안 해주고 일을 시킨단 말이야? 날 뭘 믿고...'

정신없이 자리를 잡고 서있으니 손님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안녕하세요, 블리스 웨딩홀입니다. 앞 쪽에 보이시는 QR로 방문 등록해 주시면 되구요. 없으시면 기록 수기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손소독도 한 번씩 부탁드리겠습니다!"

준이 해준 말을 복기하며, 나만의 멘트를 만들어냈다. 밝은 목소리, 평소 목소리가 낮은 나였지만 몇 키는 올려 밝게 응대에 나섰다. 한 명, 두 명씩 들어올 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여러 명이 몰려오니 인사가 겹쳐 고통이 되었다.

"안녕, 하... 세요! 블리스 웨딩홀입니다. QR은 여기... 손소독도 해주세요."

1시간이 지나니 다리가 저려왔고 목이 점점 쉬는 것도 같았다. 반복적인 멘트를 하다 보니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인수인계를 받지 못해 잘 응대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겨울의 날씨, 웨딩홀의 중앙에는 따뜻한 난로가 놓여있었다. 얇은 옷차림에 나는 벌벌 떨었지만. 그 온기에 닿고 싶었지만, 나는 조금도 온기를 가질 수 없었다.

'춥다, 목도 아프고. 화장실도 가고 싶어.'

다들 따뜻한 외투를 입고 난로에 서서 몸을 데우는 데. 나는 얇디얇은 셔츠 한 장. 돈 버는 게 힘들구나 떠올렸지만 그런 생각은 나에게 사치임을 알았다.

"안녕하세요, 블리스 웨딩홀입니다."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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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이 내게 오신 건 열두 시, 출근하고도 두 시간이 지난 후였다.

"잘하고 있었네? 목소리도 좋고."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첫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인수인계 아직 안 받았죠?"
"네, 준에게 물어본 걸로 최대한 해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뭐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간단하게 알려줄게요."

단정한 검정의 정장으로 옷을 빼입은 부장님은 전형적인 대한민국 4050대 남성의 모습처럼 보였다. 굳이 말하자면 웨딩홀 특성상 용모를 잘 가꾼 중년의 모습이었다. 두 시간이나 나를 방치해두고 한다는 말치곤 무책임하다 여겼지만 나는 힘없는 첫 출근자였다.

"우리 블리스 웨딩홀은..."

빠른 전달, 두 번은 없을 듯한 무심한 말. 아 이번 인수인계가 마지막이겠구나.

"네 알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