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사랑과 평화의 문화를 꽃피우다
정세청세는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라는 이름의 청소년 인문 토론의 장입니다. 정세청세는 청소년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타인을 존중하는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길 꿈꿉니다. 2019년 현재까지 36개 지역에서 2만 4천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참여했으며, 올해 정세청세에서는 “삶이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도록”이라는 주제로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있습니다.
정세청세 브런치 여섯 번째 글은 동아리 정세청세에 실제로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올해 처음 기획되어 지난 3월부터 시작한 동아리 정세청세의 활동이 어느덧 한 학기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전국 20개 동아리 218명의 청소년들은 ‘우리는 어떤 세계에 살아가고 있는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이 참된 삶인가?’ 등을 주제로 공부하고 토론했으며, 나아가 동아리별로 친구들을 초대하여 토론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방학이 왔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는 시점에 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동아리 정세청세 활동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이 활동을 하며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청소년들에게 직접 자기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동아리 정세청세의 모습과 활동 내용, 이를 통해서 자신이 느낀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지금부터 동아리 정세청세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인터뷰에는 동아리 정세청세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김해 수남중학교 우승현(15세), 부산 삼성중학교 김성진(16세), 용인 수지고등학교 김다린(18세), 곡성 한울고등학교의 신윤서(19세) , 정세청세의 청년 총괄기획팀원으로 이번에 곡성 한울고등학교 동아리 정세청세팀이 개최한 행사에 함께한 양다건(20세) 팀원이 참여해주었습니다.
우승현: 안녕하세요. 저는 김해 수남중학교에 다니는 15세 우승현입니다. 저는 친구들이 학교 공부에만 관심을 갖고 있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는 것 같아서 동아리 정세청세에 지원하였습니다. 동아리 정세청세를 통해 친구들과 함께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공부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눠볼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성진: 저는 삼성중학교 동아리 정세청세의 장을 맡고 있는 16세 김성진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책 펼치는 것을 참 어려워합니다. 그렇지만 한 번 펼치기만 하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습니다. 평소에 저는 친구나 주위 사람들에게 멍하게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만, 사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런 얼굴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우리 동아리 활동에 대해서 귀 기울여 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다린: 안녕하세요. 저는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18세 청소년 김다린입니다. 현재 경기도 용인에 있는 수지고등학교에 재학 중이고, 교내 인문학 토론 동아리에서 정세청세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아리에서는 정의로운 세상에 대해 토론하고 고민하면서 행사 때 어떤 이야기들을 친구들과 나눌지, 참가자 신청은 몇 명을 받아야 할지, 등등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합니다.
신윤서: 저는 곡성 한울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신윤서입니다. 처음에는 ‘청소년 인문학 토론 동아리가 뭘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이 동아리에 참여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정세청세 인문학 강의를 들었는데요. 강의 내용 중에 시리아의 청년들이 내전 중에 만든 ‘지하 비밀 도서관’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전쟁 속에서도 이들은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서 절실히 책을 읽었는데요. 그런 청년들의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저는 바쁜 일상을 살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또한 이렇게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동아리 정세청세를 시작하였습니다.
양다건: 안녕하세요. 정세청세에서 청년 총괄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무 살 양다건입니다. 저는 청소년기에 학교에 다니면서 제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없어 갑갑함을 느꼈고, 입시 중심의 암기식・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생기가 빼앗기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제 저는 입시 교육을 떠났지만, 여전히 그 교육을 받고 있는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조금이라도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정세청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곡성 한울고등학교에서 개최한 동아리 정세청세 행사를 돕기 위해 다녀왔는데요. 정세청세를 통해 얼굴에 생기를 띄고 있는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우승현: 우리 동아리의 특징은 진지한 대화입니다. 학교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과 대화와 소통이 중심이 되기보단 수업 진도를 맞추는 데 급급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처럼 정해진 교육 과정에 맞춰서 시험에 대비하는 학교 공부 속에서는 토론할 시간이 없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학생들도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서 정작 교사가 다른 수업을 원한다고 해도 결국엔 시험 범위까지 진도를 나가지 않으면 불만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저는 단지 더 나은 성적을 받는 것이 공부의 목표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깊이 있고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아리 정세청세 활동은 무척 소중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서 그런 제 마음을 잘 이해해주시고, 동아리를 열어주신 저희 선생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성진: 저는 학교의 성적 우수 학생들이 심화 학습을 위해 운영되는 동아리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세청세의 인문학 공부를 비롯하여 독서토론을 통해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발표력, 토론과 관련한 능력 등 다양한 능력을 키워가는 동아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고, 꿈과 진로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명확한 방향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1학년이 끝나갈 때쯤 동아리 모집에 대해 알게 되었고, 담임선생님과 교과선생님의 적극적인 추천을 통해 동아리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인문학 강의도 듣고, 부원들이 함께 모여서 공부하고 토론하며 지금까지 즐겁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다린: 저는 재작년까지 부산에서 정세청세 기획팀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용인으로 전학을 오게 되었죠. 저는 제 경험을 통하여 정세청세가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평소 친구들과 쉽게 하지 못하는 가슴 속의 이야기를 마음껏 하고, 한 사람 사람의 개성과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행사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제가 처음 이곳 수지고등학교에 왔을 때는 그렇게 친구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함께 공부하는 문화가 없었습니다.우리 학교의 한 가지 특징은 과학 중점 학교라는 것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과학과 관련된 행사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간에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인문학 공부와 이를 바탕으로 한 친구들과의 소통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정세청세를 잘 알고 지지해주시던 고마운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교내 행사로 정세청세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신윤서: 처음에는 제가 이것들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동아리 친구들과 후배들, 선생님들, 정세청세 선생님들께서 함께하는 것을 생각하니 의지와 용기가 솟아났어요. 한울고등학교 동아리 정세청세는 2주에 한 번씩 모여서 동아리에 관련한 활동을 했는데요. 서투른 것이 많았지만, 정세청세와 함께하면서 한층 성장해가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었어요. 저는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정세청세에 참여해본 적이 있는데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이지만 반갑게 맞이해주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서로 환대하는 것이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첫 걸음이 아닐까요. 우리 동아리도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는 한울고등학교 정세청세 동아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승현: 저는 친구들이 누군가의 말이나 교과서에서 나온 내용이 아닌 진짜 자기 생각을 말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어요. 공부모임을 진행하며 플라스틱과 그로 인한 지구 환경 오염의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우리 생활에서 조금이라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했죠. 그때 한 친구가 조금 상기된 얼굴로 우리가 앉아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이상으로 직접 거리로 나가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직접 할 수 있는 일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였습니다. 우리 모두 그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자기 생각을 말해준 친구의 용기에 공감하고, 함께 그 중요성을 인식하여 실천을 준비하는 우리 동아리가 저는 자랑스럽습니다.
김다린: 행사를 진행하면서 저는 친구들의 새로운 면모들을 발견합니다. ‘쟤가 걔가 맞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180도 변하는 학생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이런 친구들의 개성을 억압하고 있는지 새삼 실감이 납니다. 학교 수업 시간에는 볼 수 없던 적극적인 모습,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간질거려 하는 친구들을 보면 말이죠.
저는 ‘진정한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정세청세를 계속합니다. 친구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가슴 뜨겁게 토론하고 이야기 할 때 저는 제가 진정한 자기가 되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우리 학교는 생각하지 않아도 그저 따라만 오라는 식으로 교육을 합니다만, 정세청세에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나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고 꼭 필요합니다. 단순히 정보 습득의 수준을 넘어서 내가 어떻게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으며, 나는 어떤 입장에 서 있는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공부하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며 다시 공부하는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저는 ‘김다린’을 만들어나갑니다.
김성진: 한번은 동아리 활동을 인디고 서원에서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모두 둥글게 둘러앉아서 인문학 강의를 듣고, 주제에 대해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이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마음이 완전히 열리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에게 오고, 내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되는 멋진 경험이었어요.
처음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물론 학업이지만, 오로지 학업만을 통해서 자신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은 아니란 걸 배우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서로의 장점과 말하는 방식, 때로는 선생님의 지적을 듣고 바꿔나가기도 하고, 각자 개인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아직 저는 제 장점을 명확히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전보다 공적인 자리에서의 발표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들었습니다.
신윤서: 곡성에서 첫 번째 정세청세를 열었을 때가 가장 의미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저희 동아리 부원들이 스스로 행사를 주최를 했던 것이니까요. 시작하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았고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준비하는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홍보하기 위해서 주위 학교들을 직접 찾아다니기도 했죠. 그런데 막상 행사를 마치고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습니다. 모두들 처음 만난 것이라 낯설었을 텐데도 이에 개의치 않고 자신들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우리의 정세청세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자신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을 통해 배울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한 걸음 더 성장한 것 같습니다. 생각의 질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웃음)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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