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사랑과 평화의 문화를 꽃 피우다
정세청세는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라는 이름의 청소년 인문 토론의 장입니다. 정세청세는 청소년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타인을 존중하는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길 꿈꿉니다. 2019년 현재까지 36개 지역에서 2만 4천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참여했으며, 올해 정세청세에서는 “삶이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도록”이라는 주제로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있습니다.
정세청세 브런치 여섯 번째 글은 동아리 정세청세에 실제로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이번 인터뷰에는 동아리 정세청세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김해 수남중학교 우승현(15세), 부산 삼성중학교 김성진(16세), 용인 수지고등학교 김다린(18세), 곡성 한울고등학교의 신윤서(19세) , 정세청세의 청년 총괄기획팀원으로 이번에 곡성 한울고등학교 동아리 정세청세팀이 개최한 행사에 함께한 양다건(20세) 팀원이 참여해주었습니다.
(1부에서 이어집니다)
양다건: 저는 이번에 청소년들의 활동을 돕기 위하여 동아리 정세청세에 파견을 다녀왔습니다. 정세청세 행사를 직접 개최하거나, 곁에서 지켜볼 때면 언제나 행사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무궁무진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저도 이 청소년들처럼 희망을 가슴에 품었던 청소년 시기를 보냈는데요. 하지만 제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학교에서 저는 매번 좌절했습니다. 제가 그랬기에,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작은 힘이라도 주고 싶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어려운 현실에서도 정의를 향한 마음과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청소년들이 모인 정세청세와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랬듯 마음에 힘이 부치는 많은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휴식과 희망을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세청세에 함께하는 청소년들이 참 대단하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청소년들을 만나기 위해 몇 시간씩 버스를 타야 했지만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고 오히려 보람 있었습니다.
동아리 정세청세의 의미는 청소년들이 따로 다른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공교육 안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으며, 청소년들의 의지에 따라 자주 만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세청세의 준비 과정이 더욱 활기차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원활한 소통을 바탕으로 행사를 준비하면서 서로 부드럽게 부족한 역할들을 서로 도와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요. 거기서 동아리 정세청세의 진정한 힘을 느꼈습니다. 같은 학교에서 함께 지내는 친구들의 경우 자칫 대화가 사변적인 방향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웬걸 각자의 고민해 왔던 주제들에 대해 훨씬 신중하고 깊게 얘기 나누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마치 들판을 가득 메운 푸르른 잔디가 바람에 살랑이는 것을 보는 듯 신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청소년들은 각자의 삶에서 모두 상처와 억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서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나아가 타인의 고통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를 외면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것이 제 마음을 따스하게 했던 것 같아요.
우승현: 2주에 한 번씩 모이는 동아리 모임 날짜가 학교에서 여러 가지 행사가 있을 때와 겹치거나 시험 기간에 걸리게 되면 친구들이 많이 빠집니다. 결석자가 있더라도 꾸준히 모임을 열고는 있지만, 모임에 오는 학생들의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결석한 친구들이 많을 때는 왜인지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었죠.
신윤서: 우리 동아리도 그랬어요. 학교 일 때문에 바빠서 정해진 시간에 모이는 게 힘들었어요. 하지만 한번 모이면 열정적으로 활동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동아리 부원들이 바쁜 것, 그거 말고는 딱히 힘든 건 없었어요!
김성진: 공부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처음 동아리 활동을 하며 배운 인문학 공부는 아무래도 학교에서 지금까지 해오던 공부와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도, 친구의 발표를 잘 듣고 토론에 참여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은 저를 비롯하여 친구들 모두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김다린: 저 또한 ‘정세청세식 공부’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평소 입시 공부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저 자신이 정말로 원하고, 관심있는 것들을 능동적으로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어려웠습니다. 처음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동아리 팀원들과 함께하는 공부모임을 통해 방향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서로 공부한 내용들을 나눈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양다건: 제가 생각했을 때는 동아리 정세청세의 진행에 있어서 어렵다거나 한계라고 느껴졌던 부분은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정말로 어려운 것은 정세청세를 마친 후 각자의 삶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 느껴지는 이상과 현실, 신념과 실천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일입니다. 정세청세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토론했지만 정작 다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봤을 때 변한 것이 없다고 느끼면 공허해집니다. 하지만 나 자신이 변했고 정세청세에서 만난 다른 청소년들이 함께 나눴던 감정이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그 공허함에서 벗어나 그다음 정세청세 행사까지 자신만의 공부를 통해 더 쌓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해요.
Q. 동아리 정세청세를 통해 꿈꾸는 바가 있나요?
김성진: 저의 바람은 조금 단순한데요. 동아리 안의 친구들끼리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한자리에서 만나 밥이라도 한 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우정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각자가 자신의 꿈과 희망을 키워간 이 시간들이 무척 소중하네요. 지금 함께 활동하는 친구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합니다.
우승현: 지금은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서 동아리를 꾸리게 되었는데요. 동아리가 조금 더 활성화가 되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여러 아이들을 더 모집하여서 다양한 생각을 서로 나누고 소통하고 싶습니다. 또 우리 동아리 차원을 넘어서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행사를 개최하거나, 다른 동아리와 연합하여 함께 더 큰 행사를 개최하여 정세청세 토론을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 학생들에게도 소통의 장을 열어주고 싶어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 나눈다는 것 자체가 마음의 벽을 허무는 가장 중요한 첫 단추라고 생각해요.
김다린: 팀원들과 함께 이야기하다가 “정세청세의 가장 큰 목표는 정세청세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라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토론이 일상이 될 수 있다면, 그래서 집에서, 학교에서, 카페에서, 거리에서 매일매일 정세청세를 한다면 일상이 아닌 특별한 행사로서 정세청세는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세청세가 무언가 엄청나게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청소년들에게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마음껏 꿈꾸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싶을 뿐입니다.
당장은 제가 다니고 있는 수지고등학교 전교생이 적어도 한 번씩은 정세청세에 참여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세청세에서 질문하는 ‘참된 삶’, ‘인간다운 삶의 조건’과 같은 주제들을 우리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대화 나눌 수 있는 날을 꿈꿉니다.
신윤서: 동아리 정세청세가 전국 곳곳의 학교와 단체로 많이 알려지고 퍼지면서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정의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저의 꿈이네요.
양다건: 저는 정세청세를 하면서 놀랍게도 연대감을 느꼈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 자기 삶 속에서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도전하고, 투쟁하고 있는데요. 때로는 현실이 변하지 않을 때 좌절하고 절망합니다. 그런데 정세청세에서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내가 꿈꾸고 희망하고 있는 것들이 헛되지 않았다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힘을 얻고, 새로운 기대도 하게 되는 거죠. 분명 이 세계 곳곳에서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있고, 보이지 않는 노력들 속에서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변해간다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동아리 형태로 이뤄지는 정세청세는 더욱 매력적인 것 같아요. 학교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그런데요. 같은 문제와 상황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학교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희망과 용기의 장이 정세청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Q. 나에게 동아리 정세청세란?
우승현: 학교라는 답답하고 힘든 곳에서 휴식처가 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성진: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서로의 뛰어난 부분을 배울 수 있는 진정한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김다린: 확성기입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이 사회에 전달해주기 때문이죠!
신윤서: 동아리 정세청세는 저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해준 기회예요.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양다건: 공적인 문제를 일깨워주는 배움의 장,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희망과 용기를 주는 연대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님은 일찍이 이렇게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우리 민족이 할 일은 결코 세계를 무력으로 정복하거나 경제력으로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모두가 의좋고 즐겁게 살도록 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정세청세는 김구 선생님이 말씀하신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지친 청소년들에게 휴식의 장이자, 인간성을 잃을 위기에 놓인 청소년들의 비밀 도서관이며, 배움을 갈망하는 청소년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멋진 교육의 장입니다.
다시 한번 김구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려봅니다.
가장 좋은 문화로 인류 사회에서 모범이 되기로 뜻을 세운 우리 민족 한 사람 한 사람은 내 이익만 챙기는 개인주의자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마다 제 배만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어야 한다. 제 식구를, 제 이웃을, 제 국민과 함께 잘 살도록 쓰는 자유다. 공원에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
저는 김구 선생님이 말씀하신 ‘꽃을 심는 자유’가 자유를 ‘정세청세를 할 수 있는 자유’로 바꿔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땅의 청소년 개개인에게 정세청세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싶습니다. 청소년들이 제약 없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더 넓은 세계에 대해서 깊이 있게 배우며, 스스로 자기 삶의 의미를 찾고 정의로운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을 꿈꿉니다.
바로 그렇게 우리 사회 곳곳에 청소년들이 심은 정의롭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나라를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강한 나라가 아니라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를 꽃피우는 나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길에 함께 해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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